예의
최경민
옆자리가 그랬다
살아있으면 유기동물 구조협회구요
죽어있으면 청소업체예요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나가면 누울 자리를 뺏긴다는 걸
그래도 가야 한다
새벽에 하는 연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반대편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쌍했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고양이는
새벽에 일어난 우리들보다
조금 더 불쌍하다
그래도
보고 올까요
죽어있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우리는 그러기로 했다
관할구역 끝까지 갔다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 걸 하는 게
기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당선소감: 민원 현장 그려내··· 일상, 詩 내부로 들어와

시를 쓰는 일이 절박하지 않아졌을 때 응답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가 다만 일상의 한 부분이 되는 것, 시를 무엇보다 우선했던 순간들이 빚었던 과잉들이 씻겨나가고 쓰는 행위만 남았을 때 일상의 다른 부분들이 시의 내 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예의」를 쓰던 당시에 나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수많은 민원의 사례들을 들었다.
그 사건들로 비롯된, 채 지면에 적을 수 없는 감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예의'외 수록된 다른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의 과정이 있었다.
나는 일상에서 현장들을 맞닥뜨리고 그것들을 적어 보여주는 일에 몰두했던 것 같다. 시의 내부로 들어오는 생활을 밀어내 지 않았다. 시 쓰기의 내부에 갇혀 있을 때의 고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은 필요한 일이었지만 반드시 그래 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일들은 아침에 눈을 쓸어내는 일, 식탁 위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 소파에 누워 평소보다 일찍 눈을 감는 일. 시 쓰기는 이들 사이 어딘가를 횡단하고 있을 뿐이다. 시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어서 나는 오래 시를 쓸 수 있었다.
제 시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시고 기본기를 다듬어 주셨던 권박 선생님, 대학 생활을 이끌어주셨던 방민호 선생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나의 문학 생활을 함께 해주었던 대학 친구들, 이 지면에 통해 밝힐 수 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름을 다 밝혀 적지 않더라도 나의 정신은 이들로부터 만들어졌음을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살아가는 일과 시 쓰는 일을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최경민 시인: 1995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현재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