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모 수상작품3 제24회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 「때맞춰 」외 4편(김진선 시인) 때맞춰 당신은 곧 도착한다며 어디라도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플랫폼에 앉아 몇번의 지하철을 보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 중이었습니다 잘못 내린 것인지 다음 지하철을 타고 그새 떠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편의점 까페 중고서점 옷가게 역 근처에는 기다릴 곳이 많았지만 어디에도 갈 수 없습니다 시간을 때울 곳이 많은 게 난처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오월이면 도로를 통제하고 사람들이 모입니다 어디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사람들은 기다립니다 있었던 사람들을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 노래는 계속 불리고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방향으로 걷다보면 발아래 차선이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것 같고 당신과의 약속에 늦을까봐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한 사람이 덥석 내 손을잡았을 때 우리는 앞을 보.. 2024. 11. 14. 2024년 제26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2부 :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 강산에 외 8편 중 5편_유현성. Man to Man 건강보험이 되지 않더라. 형의 병원비 문제로 돈을 빌리러 온 친구가 말했다. 발효 중인 빵처럼부푸는 근린공원을 나는 친구와 함께 걸었다. 건포도처럼 박힌 새들이날아가지 않는다. 부풀어 오름에 밀려 나가는 것처럼 새들이 걷고 있다.형이 아픈 건 슬픈 일이지. 치료 방법은 뭔데. 퇴화된 날개 뼈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는 건데, 아무래도 형은 인간의 반대편이 되겠지. 살든죽든, 결국 형도 인간이 아니어서 건강보험 수령은 어려울 것 같아. 너희 형은 참 성실했는데, 왜 하필 형에게··· 네 몸이라도 잘 챙겨. 나는 친구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 그래, 최근에 몸의 면역체계가 다 무너져서 소독약을 마셨는데, 잠깐 좋아지는 것 같았어. 그래 잘.. 2024. 10. 25. 2024년 제26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1부 :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 강산에 외 8편 중 4편_유현성. ※ 수상작은 총 9편입니다. 수상작의 분량을 고려하여 1부와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유현성 여기의 동물들은 거짓말을 사고 판다.훌륭한 거짓말은 세계에 신빙성을 더해줌으로우리에게 더욱 현실적인 진실은 필요가 없다. 토끼의 경우 어렸을 적 불렀던 노래 가사가 금서에 일부라는 것을 토끼는 알고 있다. 생산라인 A동에서 머릿속으로 가사를 부르며 토끼는 유물들 위로공업용 거짓말을 붓는다. 공업용 거짓말은 3% 정도의 사실로 구성된 액체 유형의 말로 발음되는 휘발성이 매우 높아 늘 공업용 마스크를 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독성의 거짓말에 감염될 수 있어 대화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생산라인 B공장의 한 구석에서는 필리핀 앵무새를 사육장에 가둬두고 약간의 사실.. 2024. 10.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