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세사1 ■ 이기리 시인의 시 ■ 흙비 & 극세사 & 수양버들 & 나는 팔과 몸 사이에 또 다른 팔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에나는 잠깐 놀라기도 했다내 남은 팔은 그리할 수 없는데사이라는 것은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구나 흙비 이를테면 한해살이풀이란 말이 여름 내내 걸음을 기우는 것 왜 이 길로 가느냐고 물었다 저쪽으로 가면 돌아가지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는데 슈퍼를 지나 공원을 끼는 이 지루하고 재미없고 무딘길을 걷느냐고 당신은 말없이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유를 대답할 수 없다는 듯이 푹푹 찌는 무더위에 어느덧 숨은 가쁘고 이마엔 땀이송글송글 맺혔다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는 동선이다 당신은 왜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하지? 나는 세탁소에 맡긴 옷들을 찾으러 나왔을 뿐인데 이봐요당신, 나는 처음부터.. 2024. 6.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