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꿈의 뉘앙스1 ■ 박은정 시인의 시 ■ 밤과 꿈의 뉘앙스 & 한 뼘의 경희 & 산책 & 까마귀를 훔친 아이 & 302호 어젯밤엔 술잔을 던졌고 내일 밤은 보들레르의 시를 읊으며 단골 바에서 울고 있을 예정이야 한 뼘의 경희 개의 그림자는 한낮 죽은 나무들은 이름이 없다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매주 종로에 모였다 서툴게 인사를 나누며 출렁이던 사람들 틈에서 어깨를 움츠린 경희를 만났다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한 뼘의 경희 너는 영화를 좋아했고 롱부츠를 자주 신었고 붉은 입술이 온기로 부풀던 아이 덜 아문 상처를 서로 할퀴며 그럴 때마다 눈물이 솟아나는 게 신기해 훔치던 두 손을 모른 척하던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면 무릎을 껴안고 숨어 있는 게 안전해 어젯밤엔 술잔을 던졌고 내일 밤은 보들레르의 시를 읊으며 단골 바에서 울고 있을 예정이야 우리에겐 애인.. 2024. 4.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