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2 ■신철규 시인의 시 ■ 소행성 & 구급차가 구급차를 & 바벨 & 검은 방 & 슬픔의 자전 나는 네게 하루에 하나씩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못 보고 지나친 유성에 대해 소행성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의자만 뒤로 계속 물리면 하루종일 석양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너와 나는 이 별의 반대편에 집을 짓고 산다. 내가 밤이면 너는 낮이어서 내가 캄캄하면 너는 환해서 우리의 눈동자는 조금씩 희미해지거나 짙어졌다.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적도까지 몇 발자국이면 걸어갈 수 있다. 금방 입었던 털외투를 다시 벗어 손에 걸고 적도를 지날 때 우리의 살갗은 급격히 뜨거워지고 또 금세 얼어붙는다. 우리는 녹아가는 얼음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나는 네게 하루에 하나씩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못 보.. 2024. 7. 13. ■ 진은영 시인의 시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세월호 시, 2022년 백석문학상 수상 시집 시인의 말 "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 보려고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한 유.. 2024.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