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에 낙서를 하지 않겠니1 ■ 이수명 시인의 시 ■ 셔츠에 낙서를 하지 않겠니 & 물류창고 & 이디야 커피 셔츠에 낙서를 하지 않겠니 오늘 하나씩 천천히 불 켜지는 거리를 걸어보지 않겠니 하늘을 위로 띄워보지 않겠니 부풀어 오르는 셔츠에 재빨리 우리는 죽었다고 쓰지 않겠니 풍경을 어디다 두었지 뭐든 뜻대로 되지 않아 풍경은 우리의 위치에 우리는 풍경의 위치에 놓인다 너와 나의 전신이 놓인다 날아다니는 서로의 곱슬머리 속에 얼굴을 집어넣고 한 마디의 말도 터져 나오지 않을 때 하나씩 천천히 불을 켜지 않겠니 나란히 앉고 싶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사건을 흉내 내고 싶어 오늘을 다 말해버린다 오늘로 간다 오늘로 가자 오늘이여 영 가버리자 너를 어디에 묻었나 어두운 낙서를 같이하지 않겠니 빠르게 떠내려가는 하늘 아래 방향을 바꿀 줄 모르는 아무것도 모르는 .. 2024. 4.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