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은 시-사물들1 ■ 임지은 시인의 시 ■ 사물들 & 식물원에 와서 쓰는 동물원 시 & 유기농 엄마 & 혼코노 & 세탁기 연구. 사람은 고쳐 쓰지 말랬지만사물은 몇 번이나 고쳐 쓸 수 있고 사물들 리본과 화분이 약속한다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포옹한다 단골손님과 주인으로 만나 혼인 신고를 마친 보르헤스 전집과 3단 책장 새로 산 우산이 겨울비를 맞는다 계단이 물 자국을 빨아들인다 투명한 창문에 입김을 불어 글씨를 쓴다 오래오래 잘 사세요 부러진 밥상과 스프링이 빠진 볼펜 사람은 고쳐 쓰지 말랬지만 사물은 몇 번이나 고쳐 쓸 수 있고 머리부터 집어넣는 티셔츠의 세계 몸통이 구멍인 빨대의 세계 뜨거워져야 움직이는 엔진의 세계 달력이 1월을 사랑해서 새해가 온다 바퀴가 동그라미를 따라 해서 자전거가 움직인다 컵과 얼음이 만나서 완성되는 여름 구멍 난 장갑이 눈사람의 차지가 되는 겨울 창문에 쓴 글자가 남아 있다 오래오.. 2024.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