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문학상 수상2 ■ 박참새 시인의 시 ■ 무해한그릇-물 마시는 시 & 말하는 자에게 내려지는 벌이 있는 것일까 & 우리 이제 이런 짓은 그만해야지 & 정신머리 무해한그릇- 물 마시는 시 습기: 모든 질병의 원인* 멋지네 안타깝고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날걸 태초에 물이 있었던 거네 찰랑찰랑 걸음걸음마다 내 안에서 물이 아스르르 넘칠 것만 같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발자국이 촉촉했다 흰죽 한 그릇 주세요 아픈 사람처럼 말한다 죽은 아픈 밥이니까 너머 테이블에서는 맛있게 해 주세요라고 한껏 소리친다 그 말을 하면 맛이 있게 되는 건지 나는 궁금했지만 맛있게 드세요, 아 이건 맛있게 먹으면 안 되겠네 왜 안 될까? 흰죽은 맛있는데 혹시 내가 맛있게 해 달라고 종용하지 않아서일까 그렇다면 너무나 이상한 일인데 맛의 정체를 모를 축축한 쌀알들이 내 안에서 마구 굴러다닌다 요즘은 어떠세요? 내가 아무리.. 2024. 9. 25. ■ 서효인 시인의 시 ■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 가정집 & 그의 옆집 & 핍진성 명령을 기다리며 전쟁의 뒤를 두려워하는 당신은 사람이었다. 백 년이 지나 당신의 평화는 인간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평화는 전투적으로 지속되었다. 노르망디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인천에 닿기까지, 당신은 얌전한 사람이었다. 검독수리가 보이면 아무 파티션에나 기어들어 둥글게 몸을 말았다. 포탄이 떨어지는 반동에 당신은 순한 사람이었다. 늘10분 정도 늦게 도착했고, 의무병은 가장 멀리에 있었다.지혈하는 법을 스스로 깨치며 적혈구의 생김처럼 당신은현명한 사람이었다. 전투는 강물처럼 이어진다. 통신병은터지지 않는 전화를 들고 울상이고, 기다리는 팩스는 오지않는다. 교각을 폭파하며 다리를 지나던 사람을 헤아리는당신은 정확한 사람이다. 굉음에 움츠러드는 사지를 애써달.. 2024. 5.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