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과거1 ■ 변혜지 시인의 시 ■ 내가 태어나는 꿈 & 대과거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 언더독 & 무해한 놀이 가끔 서로를 깨뜨리면서 나는 내가 될 것이다. 그리고마지막으로 하나의 말을 남기게 된다.병원으로 가. 가서 나를 데려와. 내가 태어나는 꿈 가족들은 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박두한 세계를 맞닥뜨리고 내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기를. 떨리는 손으로 나를 받아 든 부모의 손길에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기를. 갓 태어난 나는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감격한 부모가 만들어내는 눈물과 포대기에 싸여 금세 잠든 어린 나의 위에 켜켜이 쌓이고 있는 수많은 소원의 형상과 수많은 축복의 선언들 나를 안고 병원을 나올 때, 나는 잠든 부모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내내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나는 품에 안아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배불리 먹고도 웃지 않는다. 기저귀.. 2024. 4.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