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워크1 ■ 김소연 시인의 시 ■ 흩어져 있던 사람들 & 촉진하는 밤 & 그렇습니다 & 문워크 & 식량을 거래하기에 앞서 근데 말벌은 어디 있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벌집을 에워싸며 처음으로 가까이 모여들었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 선생님 댁 벽난로 앞에서 나는 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누군가 사과를 깎았고 누군가 허리를 구부려 콘솔 위의 도자기를 자세히 보았다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무 타는 소리가 빗소리에 묻혀갔다 누군가 창 앞으로 다가가 뒷짐을 지고 비를 올려다보았고 누군가 그 옆으로 다가갔다 뭘 보는 거야? 비 오는 걸 보는 거야? 선생님 댁 벽난로에서 장작 하나가 맥없이 내려앉았다 다 같이 빗소리 좀 듣자며 누군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때 말벌 한 마리가 실내로 날아들었다 누군가 저것을 잡아야 한다도 소리쳤지만 모두가 일제히 어깨를 움츠렸다 .. 2024. 7.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