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발행 시인1 ■ 김언 시인의 시 ■ 백지에게 & 가족 & 나는 원했다 & 계속되는 마지막 비어 있다고 백지는 아니다. 백지로 차 있다고 해서 백지는 아니다. 백지는 백지답게 불쑥 튀어나온다. 백지였다는 생각을 잠시 잊게 만드는 백지 앞에서 백지를 쓴다. 백지에게 백지가 되려고 너를 만났다. 백지가 되어서 너를 만나고백지처럼 잊었다. 너를 잊으려고 백지답게 살았다. 백지가저기 있다. 백지는 여기도 있다. 백지는 어디에나 있는 백지. 그런 백지가 되자고 살고 있는 백지는 백지답게 할 말이 없다. 대체로 없소 한 번씩 있다. 백지가 있다. 백지에서 나오는 말들. 백지에서 나와 백지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말들. 도무지 백지가 될 수 없는 말들이 한마디로 그치지 않을 때 두 마디로도 그치지 않고 모자랄 때 모자란 만큼 잠식하는 백지의 운동은 백지를 갉아먹는다. 백지를 지워 나간다. 백지를 삭제.. 2024. 5.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