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와 나만 모르는 우리의 세계』1 ■ 김유자 시인의 시 ■ 덜그럭거리는 숲 & 백야라는 부사 & 식탁의 다리 & 물고기의 가역반응 & 슈만의 구두 가게 책상은 서랍을 빼물고 덜걱거린다 당신은 나를 꺼낸다 물고리 없는 숲이 펼쳐진다 덜그럭거리는 숲 서랍 속에 누워 있다 밤을 좋아하지만 밤은 계속 밤이다 서랍 속에는 문고리가 없다 덜그럭거리는 심장 열리지 않는 숲 밖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 없는 세계는 이야기일 뿐 나 있는 세계도 여기에선 이야기여서 울창한 그림자에 담겨 나는 하늘을 떠올린다 구름이 게으르게 흐르고 바람이 내려앉지 못하고 별들은 시린 발을 꼼지락거리고 구름과 땅을 비가 꿰맬 때 당신은 책상 위에 시침처럼 엎드려 있다 여전히 밤인데도 당신의 심장이 문을 두드린다 눈 덮인 숲에서 나무들이 컹컹 짖고 눈처럼 먼지가 날아오르고 하늘이 흔들리고 새들이 떨어져 내리고 나는 쓸려 가지 않으려 이야기.. 2024. 5.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