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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지 시인2

『현대시』 7월호에서 눈에 띈 시: 「돌 앞으로」, 「이민 가방을 싸며」(정영효), 「선생의 항아리」(김기형), 「거대 사랑 시」(윤혜지), 「나무를 사랑하는 법」 (강영은), 「들과 창고 사이에서」 외 4편(박세미). 『현대시』 7월호 목차:   돌 앞으로 정영효     더 많은 땅을 갖고 싶어서 나는 돌밭을 가꾸었다   버려진 땅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돌을 가려내고 계속 돌을 치우면서   돌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드러나도 새로움이 없는 것, 한쪽에버려두면 그냥 무더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높게 쌓인 돌 앞에서 이웃들은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부르기쉬운 이름을 붙여주며 하나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전보다 많은 땅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가려낼 돌을 찾지 못했다 쌓인 돌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으므로   땅이 줄 내일을 상상했다 작물을 심고 빛이 내리쬐는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이웃들은 여전히 돌 앞으로 모였는데 땅에서는 무엇도 자라지 않았는데 지금을 밀어내는 소식처럼   .. 2024. 7. 7.
■ 2023 시소 선정 작품집 ■ 시 부문: 임솔아, 「특권」 & 윤혜지, 「음악 없는 말」 & 문보영, 「지나가기」 & 주민현, 「밤은 신의 놀이」 특권_임솔아     펜스 앞에 서 있었다.  현수막을 보고 있었다.   긴급 폐쇄라고 적혀 있었다.  공원 바깥에도 산책로는 있으니까  갈 수 있는 바깥이 아직 좀 더 있었다.   친구가 자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있었다.  10월인데 아직도 모기가 있다면서.   이렇게 태연해도 되는 거냐고  나는 물었다.   태연만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친구는 웃었다.   길에 누군가의 조각상이 있었다.  그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침을 뱉는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  이제 개소리 안 난다며 기뻐하다  미안해했던 옆집 여자.   그 여자네 집에서 어느 날부턴가  개소리 들려왔을 때  참 듣기 좋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제 옆집 여자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자주 흥얼거린다  .. 202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