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실비-일지 11 『현대시』 11월호-2024년 등단 시인 특집 2부: 「교차빛」(엄시연), 「일지 1」(이실비), 「네 지네는 아름답다」(이정화), 「식사食思」(장대성), 「체인질링」(추성은), 「짐」(한백양). 교차빛-엄시연 00. 시간은 길을 잃은 지 오래. 눈을 떠도 잠이 왔고 눈을 감아도 잠이 왔다. 초인종을 뜯어놔도 귀에서 벨이 울린다. 밀린 잠은 보름을 새도 갚기가 힘들었다. 나에게 맡겨진ㄴ 글들이 너무 많았다. 잉태의 의무 무거운데 잠이 찾아왔다. 계속해서 계속. 수천 번째 지속되는 날들. 하지만 이제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나기까지 모든 게 다시 시작되기까지. 아직 나에게 남은 것들이 많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분출하는 감정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는 어쩔 수없이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그러니까 이건 한 번만 봐 달라고 말하는 겁니다. 손가락을 부드럽게 꺾어 나를 깨워주세요. 내겐 고통이 필요해요. 수면제도 푸른 소금물도 커터칼.. 2024. 11.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