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패는 사람1 ■ 이소연 시인의 시 ■ 대지의 상상력 &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 & 장작 패는 사람 & 여름 옷장 & 해석의 갈등 대지의 상상력 대지는 두서없이 넓다 아니 누워 있다 평화로워 보인다 이쪽 나무는 서서 죽는데 저쪽 나무는 뿌리를 내린다 지독하고 오래된 가뭄이 시작되었다 대지의 상상력을 읽고 있었을 뿐인데 난데없이 나무들이 내 몸을 파고들었다 내 이름엔 물이 고여 흐른다고 했다 물을 빌리러 왔다고 했다 나는 간과 내장이 뭉그러졌고 대지도 아니면서 내 몸에 뿌리박은 것들이 꿈틀거리는것을 본다 나는 손가락이 베인지도 모르고 나뭇잎을 한쪽으로 밀어 넘긴다 발끝에 힘을 모으면 지평선이 잠시 흔들린다 머리만 남아 있는 나는, 나무에 껴 있는 어느 부처가 된다 아니면 나무 묘비를 세우고 있다 훗날 대지가 발견되는 걸까, 나무가 발굴되는 걸까 나무로 꽉 찬 기분으로 누워있다 불안의 책*이 된.. 2024. 8.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