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시인1 ■ 정다연 시인의 시 ■ 비밀 & 사실과 진실 & 빨래 & 밑줄 & 산책 누군가에게 비밀은 버려야 살 수 있는 거 누군가에게 비밀은 간직해야 살 수 있는 거비밀 이건 내 비밀이야 아무 사이도 아닌데 한 아이가 말했다 앞으로 영원히 마주칠 일 없다는 듯이 다행히 그 말을 하고 가는 아이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진 듯했는데 나는 끙끙 앓았다 그 비밀이 무거워서 한여름에 혼자서 물이 가득 찬 어항을 옮기는 것 같았다 새어 나가면 안 되는데 실수로 깨뜨리면 안 되는데 비밀 안에서 물고기들이 평화로워야 하는데 나 때문에 잘못될까 봐 껴안고 있었다 만약 그때 널 불러 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실은 나도 너와 같은 일을 겪었어 그런데도 살고 있어 말했다면 누군가에게 비밀은 버려야 살 수 있는 거 누군가에게 비밀은 간직해야 살 수 있.. 2024. 10.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