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2 ■ 배수연 시인의 시 ■ 조이와의 키스 & 청혼 & 조이라고 말하면 조이라고 & 그는 참 좋은 토스트였습니다 & 야간 비행 우리의 키스는 조이가 매일 쏟았던 홍차의 테두리를 더 진하게, 진하게 그려 줄 것이다 조이와의 키스 * 조이의 어금니 중 하나는 박하사탕일 것이다 나는 늘 그 안쪽을 열심히 핥아 주고 싶었다 조이네 집 아치 위로 무거워지는 장미 조이는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 나는 조이네 집 뒤에 서서 팔목을 흔드는 널린 이불 피로해진 그 애가 눈을 감으면 비밀이 눈뜨는 오후의 티타임 졸린 조이는 테이블 위로 홍차들 쏟을 것이다 테이블보는 내 옆에 널릴 것이고 나와 태양은 숨은 얼룩을 다시 찾아낼 것이다 * 자주 물구나무를 서는 조이 다리 사이로 발목을 감싸는 매끄.. 2024. 5. 10. ■ 진은영 시인의 시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세월호 시, 2022년 백석문학상 수상 시집 시인의 말 "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 보려고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한 유.. 2024.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