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인2 ■ 길상호 시인의 시 ■ 우리의 죄는 야옹 & 가디마이 & 잠잠 & 그림자 사업 & 빗방울 사진. 남몰래 길러온 발톱을 꺼내놓고서 부드럽게 닳을 때까지 물벽에 각자의 기도문을 새겼네우리의 죄는 야옹 아침 창유리가 흐려지고 빗방울의 방이 하나둘 지어졌네 나는 세 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오늘의 울음을 연습하다가 가장 착해보이는 빗방울 속으로 들어가 앉았네 남몰래 길러온 발톱을 꺼내놓고서 부드럽게 닳을 때까지 물벽에 각자의 기도문을 새겼네 들키고야 말 일을 미리 들킨 것처럼 페이지가 줄지 않는 고백을 했네 죄의 목록이 늘어갈수록 물의 방은 조금씩 무거워져 흘러내리기 전에 또 다른 빗방울을 열어야 했네 서로를 할퀴며 꼬리를 부풀리던 날들, 아직 덜 아문 상처가 아린데 물의 혓바닥이 한 번씩 핥고 가면 구름 낀 눈빛은 조금씩 맑아졌네 마지막 빗방울까지 흘려보내고 나서야 .. 2024. 7. 8. ■ 박형준 시인의 시 ■ 달나라의 돌 &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 & 불광천 & 교각 & 백년 도마 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 있다 하얀 점이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 말을 건드리는 마술이 어디에 분명히 있을 텐데 달나라의 돌 아라비아에 달나라의 돌이 있다 그 돌 속에 하얀 점이 있어 달이 커지면 점이 커지고 달이 줄어들면 점이 줄어든다* 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 있다 하얀 점이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 말을 건드리는 마술이 어디에 분명히 있을 텐데 사물마다 숨어 있는 달을 꺼낼 수 있을 텐데 당신과 늪가에 있는 샘을 보러 간 날 샘물 속에서 울려나오는 깊은 울림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雪]이 어느새 꽃이 되어 떨어져 샘의 물방울에 썩어간다 그때 내게 사랑이 왔다 마음속에 있는 샘의 돌 그 돌 속 하얀 점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안 나는 늪가에서 초승달이.. 2024. 6.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