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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
어떤 면.
유령 기계 1
하얀 연골의 크리처가 오고 있다.
빛과 불을 밝힐까.
악천후에는 유령물을 찾곤 했지. 따뜻한 미래물을 찾
곤 했지.
빛 속에서 눈을 감으면 가까운 뼈를 가졌다고 생각했어.
얼린 티스푼을 두 눈에 올리면 그 차갑고 환한 기분이
유령의 시야였지.
유령의 등뼈는 더 부서지려는 이상한 반짝임.
크리처가 오고 있어. 들것에 실려 오는 시간.
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
어떤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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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맛이어도 빛의 일부였다는, 어제의 불편함이 외
로웠다는 세대로부터
비미래
멜론 껍질의 그물 무늬는 속력과 전속력이 교차하는
흔적이었다
그리드를 살짝 벌리는 것만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었다
이 겨울에 열리기도 그 여름에 닫히기도 했던 이른 과
일들
후숙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미래감을 느꼈다
텅 빈 맛이어도 빛의 일부였다는, 어제의 불편함이 외
로웠다는 세대로부터
빛이 잘 드는 쪽으로 웃자라는 아이들의 발목
키 높이가 표시된 문틀은 문을 닫으면서 부정할 수가
없다
넝쿨이 벽을 통해 본 것만으로는 이 빛을 가둘 수가 없다
열린 문이 서는 어둠조차 양 문의 양쪽이 가득했다
텅 빈 온실마저 그 문을 열었을 때 하얀 끈이 풀리는
흰 운동화
두 발목에 흰 꽃을 걸어 잠그는, 유령의 동선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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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일을 더 원하면 어린 유령에게서 잠든 아기 냄
새가 나겠지.
유령계 1
물기 없는 욕실에서 베이비파우더를 쏟았다.
하얀 치약으로 콧수염을 만들다가. 어두운 거울에 입
김을 남겨보다가.
파우더 입자가 뿌옇게 퍼지며 가라앉았다. 그런데······
꿈속 어디에도 가루가 묻지 않는다.
이 꿈은, 이 벽은 투명했다. 투명한 사람이 꾸는 꿈 같
았다.
투명한 일을 더 원하면 어린 유령에게서 잠든 아기 냄
새가 나겠지.
희고 깨끗한 속옷이 된 영혼과, 멍든 발등을 스치는 헛
디딤.
따뜻한 물을 틀자 따뜻한 빛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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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곳일수록 문이 짙을까. 꿈속에서 문이 닫히면 시
차가 깊을까.
❄
사라진 문이 열려 있었다.
꿈속이었고 외국이었다.
환한 입구의 고스트 하우스.*
섣불리 풀을 심지 않았다. 물을 끌어오지 않았다.
물을 주는 일보다 문을 닫는 일이 먼저일 테니.
텅 빈 곳일수록 문이 짙을까. 꿈속에서 문이 닫히면 시
차가 깊을까.
이 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싶어 하다가도
눈이 부셨다.
잠든 자를 잠시 닫아두는 일상의 빛. 일상이 된 비일상
의 빛.
꿈속에서 인사를 나누었지만, 꿈 밖에서도 인사를 나
누었던 것.
타인의 미래를 기다리면 다시 겨울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걷는 꿈속 습관으로
꿈속까지 따라오는 장소를 부드럽게 뒤집을 수 있었다.
꿈속에서 눈을 감으면, 동면에서 이르게 깬 것 같았다.
* 필립 존슨, 「고스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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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밤 눈이 내렸어
양은 사라지기보다 멀어진 것 같았지
양이 멀어질수록 멀어지는 것에 다가갈수록 눈안개가
자욱하고
양털 유령, 양떼지기, 아기 양, 아기 양 지킴
구세계였어
비한국적인 인상이었지만 다만 먼 곳이었지
순백의 양떼 속에서 유백색 양이 태어났어
이듬해 황백색 양과 흑회색 양이 태어났어
백 년 후 어둡고 따뜻한 색감의 양떼 속에서 희고 눈부
신 양이 태어났어
오랜 밤 눈이 내렸어
양은 사라지기보다 멀어진 것 같았지
양이 멀어질수록 멀어지는 것에 다가갈수록 눈안개가
자욱하고
사라진 유령마저 잃어버리는 안개의 잠재력
한 세대의 기일이 지나고 있었어
어둠이 지울 수 없어 흰 눈이 지우는 현세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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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린 시인: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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