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의 시인들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é, 『상상력에게 TO IMAGINATION』: 별 & 상상력에게 & 나는 유일한 존재 & 5월 꽃들은 피어나고 & 내 영혼은 비겁하지 않다

by 시 박스 2024. 6. 22.
728x90

<  >

에밀리 브론테, 『상상력에게 TO IMAGINATION』 표지

 

 

 

 

  아, 어쩌면, 눈부신 태양으로 나의 대지는

        다시 기쁨을 누리는데,

  그대는, 모두, 떠나,

        텅 빈 하늘을 남겼는가?

 

  밤새, 그대 찬란한 눈길은

        내 눈 속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온 마음 다해 감사의 한숨으로

        그 응시를 성스럽게 축복했네.

 

  나는 평화로웠고, 그대의 눈빛을

        마셨네, 내 생명이므로.

  그러고는 내 변화무쌍한 꿈속에서

         환호했네 마치 바다 새처럼.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별은 별의 꼬리를 물며

        끝없는 곳을 지나갔네.

  그러는 동안 멀리 가까이 아름다운 힘 하나가

        내내 간담을 서늘케 하여, 우리가 하나임을 증명했네.

 

  새벽은 왜 그리 대단하고,

        순수하게, 마법을 부려,

  그대의 차가운 빛이 떨어진 곳,

        고요한 뺨을 불길로 태웠는가?

 

  핏빛으로 물든 그는 일어나, 활처럼 곧바르게,

        자신의 강력한 햇살로 내 이마를 쏘았네.

  자연의 영혼은 솟구쳐 올랐으나,

        내 영혼은 슬프게도 낮게 가라앉았구나!

 

  내 눈꺼풀은 닫혔으나, 그 틈으로

        나는 그가 여전히 불타는 것을,

  안개 낀 계곡을 황금으로 물들이며

       언덕 너머 반짝이는 것을 보았네.

 

  나는 베개로 몸을 돌려,

        밤을 불렀네, 그리고 그대의

  엄숙한 빛의 세계가 나의 마음

        나와 함께 울렁이는 것을 보았네.

 

  그렇지는 않을지도 몰라--- 베개가 빛을 발하고,

        지붕과 바닥이 그러했네.

  새들이 숲속에서 목청껏 노래하고,

        상큼한 바람이 문을 흔들었네.

 

  커튼이 흔들렸고, 깨어난 파리들이

        내 방 주변을, 윙윙대며 날아다녀,

  나는 그곳에 갇힌 채로, 일어나서,

        그들이 돌아다니게 해 주었네.

 

  오, 별이여 꿈이여, 부드러운 밤이여,

        오 밤이여 별이여 돌아오라!

  따뜻이 하지 않고 불태우는

        적과 같은 빛으로부터 나를 숨겨 다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피를 앗아 가고,

        이슬 대신 눈물을 마시는 빛으로부터.

  그의 눈부신 치세 동안 나를 잠재우고,

        그대와 함께 깨어나게 해 주오!

  <  >

 

 

상상력에게

 

 

  긴 하루의 근심과, 아픔에서 아픔으로

        세상 변하는 것에 지쳤을 때,

  길을 잃어 절망에 빠지려 할 때,

        그대의 다정한 음성이 나를 다시 부른다.

  오, 나의 진실한 친구여,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대가 그런 어조로 말할 수 있는 한!

 

  그 없는 세상은 그토록 희망이 없다니.

        그 안의 세상을 나는 두 배로 소중히 여긴다.

  속임수, 증오, 의심 그리고 차가운

        의혹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세상.

  그대와 내가, 그리고 자유가,

  반박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는 곳.

 

  무슨 문제가 되리, 사방에,

        위험과 죄와 어둠이 있고,

  그저 우리 가슴속에

        밝고 고요한 하늘을 지녀,

  겨울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태양의 수만 빛으로 따뜻하기만 하다면?

 

  물론 이성은 자연의 슬픈 현실에

        종종 불평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아픈 가슴을 향해 말하기도 하겠지

        소중한 꿈들은 늘 분명 헛되어져 버린다고.

  그리고 진리는 이제 막 피어난 환상의 꽃들을

  무례하게도 짓밟아 버릴 수도 있어.

 

  그러나, 그대는 늘 그곳에 있어,

        서성이는 환상을 되가져 오고,

  엉망이 되어 버린 봄 너머 새로운 영광을 숨쉬며,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러,

  성스러운 목소리로, 그대의 세상처럼 빛나는,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이지.

 

  나는 그대의 유령 같은 축복을 믿지 않으나,

        그러나 저녁 고요한 시간,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고마움으로

        그대, 인자한 힘을 환영한다네.

  인간 근심의 확실한 위무자,

  희망이 절망일 때, 더 다정한 희망!

  <  >

 

 

나는 유일한 존재

 

 

  나는 유일한 존재 눈으로 애도하지 않기를

  어떤 말로도 요청하지 않은 운명의

  나는 태어난 이후 슬픈 생각

  기쁨의 미소 갖게 하지 않았네

 

  은밀한 기쁨 --- 은밀한 눈물 속에서

  이 변화무쌍한 생은 미끄러져 사라졌네

  열여덟 살 이후 친구 하나 없이

  태어난 날처럼 홀로

 

  내가 감출 수 없는 때가 있었고

  비참한 때도 있었네

  내 슬픈 영혼이 그 자부심을 잃고

  이곳의 나를 누군가 사랑해 달라고 애원했던 때

 

  그러나 그 세월은 근심으로 가라앉지 않는

  감정들이 일찍 빛나던 때였네

  그리고 이미 오래전 사라졌네

  지금은 있었는지조차 나 믿지 않지만

 

  먼저 청춘의 희망이 녹아 버렸고

  다음에는 무지개 같은 공상이 빠르게 사라졌네

  그리고 진리는 결코 죽음의 가슴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이 말해 주었네

 

  사람들이 모두 공허하고 진실되지 못한

  노예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프네---

  그러나 내 마음을 믿고

  저곳에서 똑같은 타락을 보는 일은 더 나쁘네

  <  >

 

 

5월 꽃들은 피어나고

 

 

  5월 꽃들은 피어나고

  잎사귀는 마음껏 자라네

  꽃봉오리마다 벌들이

  나무마다 새들이.

 

  태양은 거리낌 없이 빛나고

  시냇물은 즐거이 노래하네.

  그런데 나만 애타게 그리워하고

  모든 것이 내게는 어둡다네.

 

  오, 차갑고 차갑구나 내 가슴은

  부풀어 오르려고도 않고 그럴 수도 없구나

  저 빛나는 하늘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구나.

 

  사라졌구나 사라져 버렸구나 내 기쁨은

  나는 갈망하네 쉬고 싶다고

  나는 소망하네, 축축한 땅이

  이 절망의 가슴을 뒤덮기를.

 

  내가 만약 정말 홀로 있다면

  모든 희망이 사라질 때 

  그리 음울하지는 않을 터인데

  나는 적어도 두렵지는 않을 터인데.

 

  그러나 내 주변의 반가운 시선들은

  내 눈이 그랬듯 울고 있음이 분명해

  그러니 나는 알아야 한다네

  똑같은 어둠이 그들의 아침 해를 가리고 있음을.

 

  하늘에서 내게 비를

  저 미래의 근심의 폭풍우를 내린다면

  그들의 정겨운 마음이 자유롭도록

  나는 만족스럽게 참으리라.

 

  아 번개가 어린 나무들과

  오래된 나무들을 시들게 할 때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운명 아래로

  그들과 나 모두 쓰러지리라.

  <  >

 

 

내 영혼은 비겁하지 않다

 

 

  내 영혼은 비겁하지 않다

  세상 폭풍우에 시달리는 지구 안에서 떨지도 않는다

  나는 천국의 영광이 빛나는 것을 본다

  그래서 믿음은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지키며 똑같이 

        반짝인다

 

  오 내 가슴속 하나님

  전지전능하시며 언제나 존재하시는 신성이시여

  생명의 주님, 내 안에서 쉬시며

  내가 생명을 살아낼 때, 내 안에 힘을 지니시도다

 

  헛되도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천 가지의 신조들, 말할 수 없을 만큼 헛되도다,

  시든 잡초처럼 값어치도 없고

  끝없는 심연 속 정말 하릴없는 거품

 

  내 안의 의심을 깨우려고

  네 영원에 그처럼 얼른 붙들려

  불멸의 단단한 바위 위에

  그처럼 확실하게 닻을 내리니

 

  드넓게 껴안는 사랑으로

  내 영혼은 영원의 세월에 생기를 주고

  위에 스며들어 사색하며,

  변화하고 유지하며, 녹아들어, 창조하고 길들인다

 

  비록 대지와 달이 사라지고

  태양과 우주가 그만 존재하며

  너 홀로 남겨져도

  모든 존재는 네 안에 존재하리

 

  죽음의 여지는 없다

  그의 힘이 헛되게 해 버릴 수 있을 원자는 없다

  네가 존재이고 숨결이며

  너의 현재는 결코 파괴될 수 없으므로

 


 

 

에밀리 브론테: 1818~1848.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é: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폭풍의 언덕』이라는 대작으로 소설가로 더 알려졌으나, 영미권 대학의 영문학과에서는 중요한 시인으로서 연구되고 있다고 함.

윌터 스콧, 바이런, 셸리 등의 작품을 좋아했고, 이야기를 짓고 일기 쓰기를 즐겼다고 함.

 

1846년 언니 샬럿이 에밀리의 시를 발견하고는 세 자매가 가명으로 공동시집 『커러, 엘리스, 액튼 벨의 시 작품들』을 냈다. 1847년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동생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 그리고 샬럿의 『제인 에어』가 출간되었다.
에밀리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잇따른 죽음을 경험해야 했지만 상상력을 통해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렀으며, 피아노와 외국어를 독학하면서 좁은 집에 머물렀지만 "성스러운 목소리로,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였다.
                                                                  - 민음사 『상상력에게』 책날개 작가 소개 부분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