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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인들

제임스 테이트 JAMES TATE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에서: 이렇게 시작되었지 & 전생에서 & 빵모자 속의 송어

by 시 박스 202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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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테이트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 표지

 

이렇게 시작되었지

 

 

  염소 한 마리가 내 옆에 나타났을 때 나는 성 세실리아 사제관 밖

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놈은 전체적으로는 흑백 얼룩이었으

나, 여기저기 붉은 갈색도 약간 섞여 있었다. 내가 걷기 시작하자

염소는 나를 따라왔다. 나는 즐거웠고 아주 기뻤다. 그러나 이런 종

류의 일에는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개에게는 목

줄과 관련한 법이 있는데, 염소에게는 무슨 법이 적용될는지? 사

람들은 나를 보고 미소 지었고 염소를 보고 감탄했다. "이건 내가 키우

는 염소가 아니에요." 내가 설명했다. "이건 마을 소유의 염소예요.

단지 내 차례가 되어 돌보고 있는 거지요." "우리에게 염소가 있다

는 건 몰랐는데."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내 차례는 언제지?" "곧

올 거예요." 내가 말했다. "참고 기다리세요. 당신의 때가 오고 있

어요." 염소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멈추면 염소도 제자리

에 섰다. 염소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염소의 눈을 들여다보았

다. 그가 나에 관한 본질적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

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순시 중인 경찰이 우리를 쳐다봤다. "당신

이 데리고 있는 그 염소는 대단히 멋지네요." 그가 멈춰 서서 감탄

했다. "이건 마을 염소예요." 내가 말했다. "이 녀석의 선조들이

삼백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있었지요." 내가 말했다. "마을이 시작

될 때부터라고요." 경찰은 염소를 만지려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멈

추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좀 쓰다듬어도 괜찮을까요?" 경

찰이 물었다. "이 염소를 만지면 당신 인생이 완전히 바뀔 거예요."

내가 말했다. "만지고 말고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지요." 그는 잠시

동안 아주 골똘히 생각했고, 그리고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염

소의 이름이 뭔가요?" "평화의 왕자라고 부른답니다." 내가 말했

다. "세상에, 이 마을은 동화 속에 있는 것 같네요. 구석구석에 신

비와 놀라움이 있어요. 그리고 나는 영원히 도둑과 경찰 놀이를 하

는 어린아이 같아요. 내가 만약 운다 해도 부디 용서해주세요."

"우리가 당신을 용서하지요, 경찰관님." 내가 말했다. "다른 누 구보

다도, 당신이 왜 저 왕자를 만져서는 안되는지 우리는 알지요." 염

소와 나는 계속 걸어갔다. 차츰 어두워졌고 우리는 어디서 묵으며

밤을 지내야 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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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

 

 

  지난주 한 파티에서 고든이라는 남자가 내게로 오더니 전생에

나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신은 목동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오 그래요." 내가 말했다. "그거 멋지게 들리네요." "사실은, " 그가

말했다. "당신은 목동인 척하는 깡패 두목이었어요." "내가 그런

일을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내가 말했다. "아니요, 했는걸요.

그러나 당신은 여섯 아이와 두명의 아내에게는 매우 잘했어요."

"두명의 아내라고?" 내가 말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온

갖 살인을 하게 했어요."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바탕은 좋은

사람이었다는 얘기죠, 그렇죠?" 내가 말했다. "누군가 당신을 배반

할 때를 제외한다면요. 그때, 세상에 무서워라. 당신은 못하는 게

없었어요. 손가락을 자르고, 눈깔을 파냈지요." 그가 말했다. "당

신, 정말로 똥바가지 같은 허풍쟁이군." 나는 그의 눈알을 파낼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는 뒤로 펄쩍 물러나면서 무서워했다. "분

명 당신이 그 사람 맞군요." 그가 말했다. "모든 게 오래전의 일이

야."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갑시다. 내가

한잔 사줄게."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내가 그냥 만들어낸 건데."

그가 말했다. "난 만들어낸 게 아닌데."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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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모자 속의 송어

 

 

  내가 생선 가게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데, 그때 자전거를 탄 한

남자가 빠르게 달려와서 나를 거의 칠 뻔했다. 그는 멈춰서 사과하

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장바구니에서 송어 한마리를 꺼

내 그의 머리로 던졌으나, 가까스로 빗나갔다. 나는 그를 쫓아 달려

가서는 또다른 송어를 던졌다. 이번에는 목표를 명중시켜, 그는 주

차된 차 쪽으로 넘어졌다. 그는 간신히 일어섰고, 무척 아파했다.

그의 자전거는 찌부러져 엉망이 되었다. 그 송어는 약간 헹구기만

하면 될 정도의 상태로 그 옆에 놓여 있었다. "도대체 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가 말했다. "네가 나를 거의 죽일 뻔 했잖아."

"아저씨는요, 저 뒤에서 나를 거의 칠 뻔 했다고요." 내가 말했다.

"너는 내 자전거를 부숴놨잖아." 그가 생선을 본 것은 바로 그때였

다. "세상에, 미쳤군! 너 생선으로 나를 쳤어." 그가 말했다. "그 생

선 돌려주세요. 그건 내 저녁거리예요." 내가 그에게 다가가자 그

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는 빵모자 태모샌터를 쓰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로 하여금 그를 다시 또 치고 싶게 했다. "설마, 너 나를

또 치려고?" 그가 말했다. "나는 단지 그 생선을 원할 뿐이에요."

내가 말했다. "내 모자에서 생선 냄새가 나." 슬프게 생선을 쥐고서

그가 말했다. "당신의 자전거에 관해서는 미안해요." 내가 말했다.

"아마 고칠 수 있겠지." 그가 말했다. "오랫동안 길들여서 내겐 소

중한 거야." 그의 바지와 코트는 낡아빠졌고, 신발도 수명이 다 된

것이었다. "모든 수리 비용은 제가 책임져야 할 것 같네요." 내가

말했다. "제가 반드시 책임질게요." 그는 그 바보같은 모자를 고

쳐 쓰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옷소매로 눈을 닦았다. "너 첫번

째 물고기로는 나를 맞추지 못했지, 안 그래?" 그가 말했다. "뭐라

고요?" 내가 말했다. "그 첫번째 물고기 말야. 나를 지나쳐 날아가

는 것을 봤어. 난 아주 흥분했다고. 뭔가 큰 것이 위로 솟는 줄 알았

어. 마치 완전히 새날이 도래한 것 같이 말이야. 그리고 다음엔, 철

썩. 내가 이 자동차로 나가떨어졌지." "오 그래요. 첫번째 것으로는

못 맞췄지만 두번째 것으로는, 완전하게, 명중시켰지요." 내가 말

했다. "너는 가끔 늙은 사람들을 생선으로 치냐?" 그가 말했다. "어

르신이 처음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는 잠시 돌이켜 떠올려보더니

말했다. "아마도 우리는 축하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이 특별한 계기

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것이 제이콥 페이버샴과 나의 우정이 어떻

게 시작됐는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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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테이트James Tate:1943~2015.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출생.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외가에서 성장. 7세 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외가를 떠났고 다시 혼자가 된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가는 동안 그는 텅 빈 집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외로운 낮 시간의 몽상이 그에게는 뭔가를 창조하기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캔자스 주립대에 입학한 지 두 달도 안돼 첫 시를 쓰게 되면서 인생의 나머지 시간을 시를 쓰며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후 아이오와 대학 M.F.A. 과정에 발탁되었다. 22세에는 자신의 부친과 관련된 「실종된 조종사」로 예일대 젊은 시인상에 선정되었다. 동명의 시집 『실종된 조종사』를 포함 3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전미도서상, 시 부문 퓰리처 상,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상 등 수상. 
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대, 컬럼비아 대학,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15년 7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 (창비) 책날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