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상순 시인4

■ 박상순 시인의 시 ■ 가야금 연주로 키사스 키사스를 듣다가 &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3년 뒤 & 칼을 든 미용사를 위한 멜로디 & Love Adagio. 당신을, 당신을 위해 나는  그냥, 썩은 비둘기가 됩니다.   그래도 끝은 오지 않았습니다. 가야금 연주로 키사스 키사스를 듣다가     당신을 위해 나는  검은 눈  검은 옷, 검은 술, 검은 길이 됩니다.   당신을 위해 나는  검은   모든 것이 됩니다.   그래도 끝은 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위해 나는   하얀 처녀  하얀 목, 하얀 입술, 하얀 머리, 하얀 손······   그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나는   썩은 비둘기가 됩니다.  썩은 감자, 썩은 눈, 썩은 머리, 썩은 달, 썩은 눈물  썩어버린 하얀 손   그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위해 나는  죽는 연습을 합니다. 썩는 연습, 썩어서 버려지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 2024. 11. 19.
『창작과 비평』 2024년 가을호(통권 205호)에서 눈에 띄는 시: 「작고 낮은 풀꽂이」 외, (마윤지)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42년 뒤」 외, (박상순), & ,「부리」 외, (안태운), 「식인의 세계」외 (이기성). 작고 낮은 풀꽂이- 마윤지     물레 페달을 밟는 너의 발바닥  흙을 쥐는 너의 손바닥   두 엄지를 넣어 네가 만든  구멍 속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두 중지로 네가 올린  높이 속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쏟아질 때까지  달려나갈 때까지  한쪽으로 구르기 시작할 때까지   끝 밖으로  끝 안으로   네가 두드려 때린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가마 속에 풀꽂이  가마 속에 불덩이  가마 속에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불을 꽁꽁 입고서  불을 전부 벗어나고서  .. 2024. 11. 14.
◆ 박상순 시인의 심사평 ◆ 의식의 눈을 찌르는, 빛나는 언어, 발견되는 언어(제67회 현대문학상 본심 심사평) 의식의 눈을 찌르는, 빛나는 언어, 발견되는 언어-박상순    이제니의 시는 현실 대상의 표면에서 의식의 표면으로 나아간다. 이런 표면성 전환은 그녀의 시 「빛나는 얼굴로 사라지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대로 바라보지 않는 오늘의 눈”이나 “마지막으로 남은 명사 하나를 밝혀내기 위해 써 내려가고 있다” 등의 표현을 통해 지각과 언어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다소 시간을 지체시키는 반복적 어휘들이 감정적인 노선으로 빠져들게 하는 듯하지만 결국 그것들의 반복 구조를 통해 한편으로는 일정한 질서를 회복하며 절망적인 도착 지점에 이른다. 그 지점은 바로 감정적인 분위기, 무드 Mood의 절망이거나 절연 지점이다. 산문 형식의 글쓰기, 냉정하게 말하자면 잡문雜文의 형식을 취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제니의 시는 .. 2024. 8. 16.
◆ 박상순 시인의 시 ◆ 양 세 마리 &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1 & 빵 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2년 뒤 & 자네트가 아픈 날 1 풀밭에는 분홍 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 보고  한 마리는 옆을 보고 양 세 마리     풀밭에는 분홍 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 보고  한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가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 보고   풀밭에는 양 세 마리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 보고    나는 그녀를 통해 사라지는 세계를 본다. 사라져가는 세계의 푹풍에 취해 그녀가, 흰 천 위에 나뒹굴 때// 나는 피를 뽑는다 ···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1     언제부터.. 2024.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