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등단3 ■ 이소호 시인의 시 ■ 플라스틱 하우스 & 홈 스위트 홈 &어느 고독한 게이트볼 선수의 일대기 & 컴백홈 우리는 가만히 누워 티브이 속 다른 가족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플라스틱 하우스 조심해요 엄마 하얀 선에서 떨어지면 죽어요 닳은 무릎으로 4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집이라도 있는 게 어디야 한쪽 다리가 끊긴 개미는 기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배를 깔고 누워 잘린 천을 모아 꽃잎을 만들며 말했다 여름에는 쥐가 없어서 좋아 우리는 가만히 누워 티브이 속 다른 가족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나는 방 안에 꼼짝 않고 밤새 노안은 절대로 살필 수없을 만한 크기의 글씨로 빈 바닥을 조용히 채웠다 살려주세요 홈 스위트 홈 가정주부로 살아온 자는 죽을 때도 주부로 죽는다 집안일에는 은퇴가 없으니까 내.. 2024. 5. 8. ■ 조시현 시인의 시 ■ 아이들 타임 & 인사이드 아웃 & 오래된 사랑과 미래 네가 죽을 때까지 내려다볼게 떠나면서 너는 그렇게 말했지만 엘리노어, 정말로 보고 있어? 아이들 타임* 보고 싶어, 엘리노어 이렇게 조용한 지구를 상상해 본 적 있어? 인쇄된 글자처럼 쓸쓸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내게 너무 늦게 전해지는 건지도 몰라 손바닥만 따뜻해지는 불 앞에 모여 앉아서 가늠되지 않는 오후 속에서 후, 후 숨 쉬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재를 터는 것처럼 뜨거운 것을 부는 것처럼 열기가 불행을 미뤄주는 것처럼 우리가 잠깐 잡았던 손처럼 끝난 것의 끝을 기다리면서 오래 헤어지는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불행하지 않아 자 따라해봐 불행하지 않다 지구가 버퍼링에 걸린 것 같지 빌린 책은 마지막 두 장이 잘려 있었어 나는 영원히 결말을 .. 2024. 5. 6. ■ 조혜은 시인의 시 ■ 눈 내리는 체육관 연작 여기서 무엇이 방어 자세인지 알아챌 수 있겠니? 눈 내리는 체육관 - 사라진 유치원 유치원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하로 내려앉은 체육관뿐이었다. -창문이 있어. 너와 나는 마법에 걸렸다. 창밖으로 뜨거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알고 있어. 나는 예고된 카운터를 날릴 때에도 머뭇거리던 사람. -알고 있어? 글러브를 단단히 조이며 네가 말했다. -이것도 연습이야.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떨어져 내렸다. -무기력도 연습이지.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흔들린 자세 위로 또다시. 아이들이 보이지 않자 울음도 없어졌다. 지운 걸까 사라진 걸까. 지웠다면 무엇을, 사라졌다면 어떻게, 여전히 왼쪽과 오른쪽을 혼동하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2024. 4.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