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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3

■ 황유원 시인의 시 ■ 초자연적 3D 프린팅 좀더 큰 집이 필요하다 그 안에 온 우주를 가둘 수 있는,  초자연적 3D 프린팅    좀더 큰 집이 필요하다 그 안에 온 우주를 가둘 수 있는,    그러나 우주도 결국 하나의 집이다  집 우(宇) 집 주(宙) 넓을 홍(洪) 거칠 황(荒) ······ 평수가 좀더 될 뿐   우리가 또 여기서 어디로 갈 수 있겠어? 가도 가도 여기이곳뿐인데   그래도 지금보다도 훨씬 큰 집이 필요하다  그건 크기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한순간의 진동일 수도 있거 물에서 빠져나와 들이쉬는 단 한 번의 숨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 안에 모든 발광과 기쁨과 통곡과 신경쇠약을가둘 수 있는  눈물과 눈물 없인 못 들어줄 그 모든 노래를 넘나들 수 있고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마음껏 건너뛰며 놀 수 있는, 장대높이뛰기 .. 2024. 7. 15.
■ 황유원 시인 ■ 2023 제68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하얀 사슴 연못」 외 6편. 하얀 사슴 연못    백록담이라는 말에는 하얀  사슴이 살고 있다   이곳의 사슴 다 잡아들여도 매해 연말이면 하늘에서 사슴이  눈처럼 내려와 이듬해 다시  번성하곤 했다는데   이제 하얀 사슴은 백록담이라는 말  속에만 살고  벌써 백 년째 이곳은 지용의 『백록담』 표지에서  사슴 모두 뛰쳐나가고 남은  빈자리 같아   그래도 이곳의 옛 선인들이 백록으로 담근 술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백록은 어쩌면 동물이 아니라  기운에 가깝고  뛰어다니기보다는 바람을 타고 퍼지는 것에 가까워  백록담, 이라고 발음할 때마다  『백록담』 표지 밖에서 표지 안으로  돌아오는 것도 같고   하얀 사슴 몇 마리가 백록담 위를 찬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을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은  청량해진다  연못에 잠시 생각의.. 2024. 7. 10.
『문학과 사회』 2024년 여름호(통권 146호)에서 읽은 시: 「아가미는 고백의 한 종류」외 1편(송재학) & 「영원히 불타오르고 있었다」외 1편 (황유원) & 「광장과 장면」외 1편(장미도). 아가미는 고백의 한 종류   송재학           말할 수 없기에, 말을 해서는 한 되기에, 입에 생긴 가시가 아가미가 되는 날이 있다 뒤꿈치부터 찌르르하더니 몸이 소슬해지는 날이다 앞니와 어금니를 대신해서 서새라는 나뭇잎 모양이 잇몸을 찢고 아프게 돋아난다 혀를 대면 점막이 갈라지면서 입안에 피가 가득차는 날이다 처음부터 아가미 호흡인 것처럼 신산의 이유를 쟁이는날이다 내가 허우적거렸던 늪지는 아가미의 자극적인 시작, 폭우와만나면서 아가미가 헐떡거리고 있다 아가미의 새파는 작은 노를 움직이며 섬모운동을 한다 웃지 못하는 표정을 가진 아가미 때문에 신체는 그토록 힘들었던 거야 잠들 때도 눈 감지 못하는 아가미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입안이 온통 허기인 돋을새김에 귀 기울일 수밖에,선홍색을 통과하면서 물이.. 2024.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