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에서 읽은 시13 『창작과 비평』 2024년 가을호(통권 205호)에서 눈에 띄는 시: 「작고 낮은 풀꽂이」 외, (마윤지)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42년 뒤」 외, (박상순), & ,「부리」 외, (안태운), 「식인의 세계」외 (이기성). 작고 낮은 풀꽂이- 마윤지 물레 페달을 밟는 너의 발바닥 흙을 쥐는 너의 손바닥 두 엄지를 넣어 네가 만든 구멍 속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두 중지로 네가 올린 높이 속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쏟아질 때까지 달려나갈 때까지 한쪽으로 구르기 시작할 때까지 끝 밖으로 끝 안으로 네가 두드려 때린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가마 속에 풀꽂이 가마 속에 불덩이 가마 속에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불을 꽁꽁 입고서 불을 전부 벗어나고서 .. 2024. 11. 14. 『현대시』 11월호-2024년 등단 시인 특집 2부: 「교차빛」(엄시연), 「일지 1」(이실비), 「네 지네는 아름답다」(이정화), 「식사食思」(장대성), 「체인질링」(추성은), 「짐」(한백양). 교차빛-엄시연 00. 시간은 길을 잃은 지 오래. 눈을 떠도 잠이 왔고 눈을 감아도 잠이 왔다. 초인종을 뜯어놔도 귀에서 벨이 울린다. 밀린 잠은 보름을 새도 갚기가 힘들었다. 나에게 맡겨진ㄴ 글들이 너무 많았다. 잉태의 의무 무거운데 잠이 찾아왔다. 계속해서 계속. 수천 번째 지속되는 날들. 하지만 이제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나기까지 모든 게 다시 시작되기까지. 아직 나에게 남은 것들이 많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분출하는 감정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는 어쩔 수없이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그러니까 이건 한 번만 봐 달라고 말하는 겁니다. 손가락을 부드럽게 꺾어 나를 깨워주세요. 내겐 고통이 필요해요. 수면제도 푸른 소금물도 커터칼.. 2024. 11. 9. 『현대시』 11월호-2024년 등단 시인 특집 1부: 「다락의 노미」(구윤재), 「죄수의 방」(김유수), 「생츄어리」(김진선), 「세상에 없는 아이」(명재범), 「흔痕이 연혁」(문지아), 「고백」(안중경). 다락의 노미- 구윤재 노미는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된 노미를 모두 어려워했다 노미는 여전히 노미일 뿐인데 노미는 자신에게 연결된 투명한 줄을 잡았다가 놓았다 노미가 장난을 치면 모두 난감해하네 그래서 노미는 슬퍼 노미는쓸쓸해 나는 노미의 곁에서 노미의 손을 잡았다가 놓쳤다 노미의 손은차갑고 노미의 손은 돌아가지 않는 문 손잡이구나 노미는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노미일 뿐인데 아무도 노미의 궁금함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저 노미에게 건강하라고 건강하라고 투명한 줄을 노미에게서 빼앗으며이제 노미는 건강할 수 없는 노미구나 그렇게 노미는 상자가 된다 나는상자가 된 노미를 품에 안고 놓지를 않았는데 어느 날 잊어버렸고 잊어버렸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렸고 노미는 다락방의 노미가 되어 여전히 투명한 줄을 길게 늘.. 2024. 11. 8. 『현대시』 2024년 10월 호에서 눈에 띈 시: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외 1편(신영배), 「비산화」외 1편(서윤후), 「어여쁘겠다」외 1편(권박).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 신영배 골목이다 한쪽 둔덕에서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 나무들을 모두 들어낸 골목이다 음식점과 카페를 검색하고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테이블을 정하고 메뉴를 정하고 앉아서 골목이다 나무들을 들어낸 후에야 나무 냄새가 나 진하게 괜히 꺼냈나 하는 말을 안고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나무가 나무에게 전하는 냄새겠지 웃기도 하면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표정도 신경 쓰면서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그 골목이었던가 예전 이야기도 꺼내며 아무도 없을 거야 이후의 골목도 꺼내면서 골목은 골목들과 겹치며 골목이다 골목이다 쓰러진 나무들이 한 그루씩 들것에 실려서 빠져나갔던 골목이다 그 나무들의 줄이 삼백 미터나 되었던 골목이다 나무들이 사람처럼 사.. 2024. 10. 2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