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에서 읽은 시13 『현대시』 7월호에서 눈에 띈 시: 「돌 앞으로」, 「이민 가방을 싸며」(정영효), 「선생의 항아리」(김기형), 「거대 사랑 시」(윤혜지), 「나무를 사랑하는 법」 (강영은), 「들과 창고 사이에서」 외 4편(박세미). 『현대시』 7월호 목차: 돌 앞으로 정영효 더 많은 땅을 갖고 싶어서 나는 돌밭을 가꾸었다 버려진 땅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돌을 가려내고 계속 돌을 치우면서 돌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드러나도 새로움이 없는 것, 한쪽에버려두면 그냥 무더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높게 쌓인 돌 앞에서 이웃들은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부르기쉬운 이름을 붙여주며 하나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전보다 많은 땅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가려낼 돌을 찾지 못했다 쌓인 돌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으므로 땅이 줄 내일을 상상했다 작물을 심고 빛이 내리쬐는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이웃들은 여전히 돌 앞으로 모였는데 땅에서는 무엇도 자라지 않았는데 지금을 밀어내는 소식처럼 .. 2024. 7. 7. 『문학과 사회』 2024년 여름호(통권 146호)에서 읽은 시: 「아가미는 고백의 한 종류」외 1편(송재학) & 「영원히 불타오르고 있었다」외 1편 (황유원) & 「광장과 장면」외 1편(장미도). 아가미는 고백의 한 종류 송재학 말할 수 없기에, 말을 해서는 한 되기에, 입에 생긴 가시가 아가미가 되는 날이 있다 뒤꿈치부터 찌르르하더니 몸이 소슬해지는 날이다 앞니와 어금니를 대신해서 서새라는 나뭇잎 모양이 잇몸을 찢고 아프게 돋아난다 혀를 대면 점막이 갈라지면서 입안에 피가 가득차는 날이다 처음부터 아가미 호흡인 것처럼 신산의 이유를 쟁이는날이다 내가 허우적거렸던 늪지는 아가미의 자극적인 시작, 폭우와만나면서 아가미가 헐떡거리고 있다 아가미의 새파는 작은 노를 움직이며 섬모운동을 한다 웃지 못하는 표정을 가진 아가미 때문에 신체는 그토록 힘들었던 거야 잠들 때도 눈 감지 못하는 아가미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입안이 온통 허기인 돋을새김에 귀 기울일 수밖에,선홍색을 통과하면서 물이.. 2024. 7. 2. 『현대시』 2024년 6월 호에서 눈에 띈 시: 「지오이드」(임솔아), 「낙랑파라」(조창규), 「덩굴장미」(최필립), 「붕어빵 장수」외 2편(함명춘). 지오이드 임솔아 배숙을 만들고 있다. 껍질을 깨끗이 씻고 까끌까끌한 배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누군가를 따라 하는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한 말을 따라하는 것이다. 따라 한다는 걸 쉽게 들키지 않으려고 나름 공들여 숨겨가며 따라 하는 것이다. 오늘 친구와 절에 가서 백팔배를 했다. 내 옆에 서서 절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나란히 계속 절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백팔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바닥에서 무엇인가를 보았다. 풀쩍 뛰어넘다가 그것이 죽은 참새라는 걸 알아챘다. 친구는 멈춰 섰다. 보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보았다고 나는 답했다. 친구는 돌덩이 하.. 2024. 6. 12. 『시와반시』 2024년 여름 Vol. 128호에서 눈에 띈 시: 「천사는 그 나라로 가지 않는다」(고형렬), 「철문을 열면 바위, 커피, 모닝캄」(박래은), 「어제」(김미라) 천사는 그 나라로 가지 않는다 고형렬 무엇들이 이 골목 끝을 막고 있는가 나는 산천과 대처를 안 가리고 수도 없이 태어나 말을 배우고 소리를 보고 나를 보내주었다 풀의 나라에 햇살이 들이치던 아침이슬의 그녀는 문을 걸어 잠그고 천사들의 노크를 거절한다 "오지 마. 가." 천사가 와서 우리 가족이 될 수 없다, 개구쟁이들이 저 교동의 교실을 시끄럽게 할 수 없다 애채빛 눈으로 첫눈을 손에 받고 "엄마, 눈 와!" 소리치고 일기를 알리는 천사는 없다 자궁에 대한 공포는, 난정자卵精子의 기적 같은 빛으로 그녀 꿈속에 착상해서 천사의 타자로 나갈 삶의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우울한 침묵의 영혼들, 우리가 뛰어온 사회는 자궁을 닮고 스스로 자기 미로로 진화해갈 뿐이다 천사가 돌아올 .. 2024. 6. 1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