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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의 시■ 밥과 자본주의 연작 중에서. 민중의 밥     평등하라 평등하라 평등하라  하느님이 펼쳐주신 이 땅 위에  하녀와 주인님이 살고 있네  하녀와 주인님이 사는 이 땅 위에서는  밥은 나눔이 아니네  밥은 평화가 아니네  밥은 자유가 아니네  밥은 정의가 아니네 아니네 아니네  평등하라 펼쳐주신 이 땅 위에,  하녀와 주인님이 사는 이 땅 위에서는   하나 되라 하나 되라 하나 되라  하느님이 피 흘리신 이 땅 위에  강도질 나라와 빼앗긴 나라의 백성이 살고 있네  강도질 나라와 빼앗긴 나라 백성이 사는 이 땅 위에서는  밥은 해방이 아니네  밥은 역사가 아니네  밥은 민족이 아니네  밥은 통일이 아니네 아니네 아니네  하나 되라 펼쳐주신 이 땅 위에,  강도질 나라와 빼앗긴 백성이 사는 이 땅 위에서는   아아 밥은 가난한 백성의 쇠.. 2024. 8. 6.
『문학동네』2024년 여름호(제31권 제2호)에서 눈에 눈에 띈 시;「I know you take your child now」, 「야적장」(강지혜)& 「선영線影」, 「나와 평생 보낼 유리」 (박규현) & 「신과 함께」, 「바람 나무 해파리 영혼」 (변혜지). 「  I know you take your child now-- 강지혜       안녕하세요 내가 그 야적장을 낳은 여자예요 야적장은 잘 있나요 벽돌과 모래와 덤프트럭과 철근과 전선 드럼과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과 뼈와 기쁨이 아직 잘 살아 있나요 야적장에게 전해주세요 우리 한바탕 울고 나면 너도 나도 죽진 않을 수 있다고 깊은 잠을 자라고 내가 어떻게이 시간까지 잤지 되묻게 되는 잠을 자라고 이제 내가 옆에 있겠다고 건물이 되지 못한 건축자재가 쌓인 곳에서도 광대풀 꽃은 지겹게 살아 있었다 제초제를 뿌려도 그때뿐 뿌리를 들어내도 그때뿐 모든 씨앗을 막을수는 없으니까     야적장 둘레는 철근과 철판으로 엮여 있고 비를 맞고 눈을 맞아도 철들은 녹슬지 않았다 야적장의 외부를 관리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도야.. 2024. 8. 2.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체임버 뮤직』에서 일부: CHAMBER MUSIC1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감미로운 현악기 소리,  버드나무 만나는 그곳,  강가의 현악기.   임이 거기에 거닐어,  강 따라 음악이 흐르는데  임의 망토에는 핼쑥한 꽃들이,  머리에는 짙은 잎들이.   음악에 머리를 기울이고  모두 은은히 연주하는데,  한 악기 위에는  길 잃은 손가락.  2    자수정 황혼 빛  짙푸른 빛 더욱 짙어져,  등불은 초록빛 으스름히  가로수를 밝히는데.   오래된 피아노 선율은  조용하고 느릿하고 태평하고,  누런 건반 앞에 구부리고 앉은 그녀,  머리는 이리로 기울어.   수줍은 생각, 크게 뜬 진지한 눈과 손,  한쪽으로 기울며 산만해지는데---  자수정 황혼 빛  푸른 빛 더욱 짙어져.  3    만물이 휴식하는 그 시간,  외로이.. 2024. 7. 31.
■허수경 시인의 시 ■ 나의 도시 & 비행장을 떠나면서 & 슬픔의 난민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나의 도시     나의 도시들 물에 잠기고 서울 사천 함양 뉴올리언스 사이공 파리 베를린  나의 도시들 물에 잠기고 우울한 가수들 시엔엔 거꾸로 돌리며돌아와, 내 군대여, 물에 잠긴 내 도시 구해달라고 울고   그러나 나의 도시들 물에 잠기고 마치 남경 동경 바빌론 아수르알렉산드리아처럼 울고  도서관에서는 물에 잠긴 책들 침묵하고 전신주에서는 이런 삶이끝날 것처럼 전기를 송신하던 철마도 이쑤시개처럼 젖어 울고   나의 도시 안에서 가엾은 미래를 건설하던 시인들 울고 그 안에서  직접 간접으로 도시를 사랑했던 무용수들도 울고 울고 울고   젖은 도시 찬란한 국밥의 사랑  쓰레기도 흑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보랏빛 구릿빛 빛 아닌살갗이었다가  랩도 블루스도 기타도 현도 방망이도 철판도 짐승의 가죽으로소리 내던.. 202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