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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 시인의 시 ■ 쇼룸 & 아이에게 & 큐브 & 작고 낮은 테이블 & 사람은 탄생하라 사람과 사람// 어른과 아이//개와 사람개와 사람의 그림자가 섞이고  그림자는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쇼룸  사람과 사람    둘 나가고  둘 들어왔다   빈 곳을 메웠다   둘 들어오고  하나 나갔다   짚이는 대로  그림자 둘 집어 들고 갔다   문이 열리고  하나 들어갔다   하나 나오고  하나 들어갔다   발목들은 문 앞에 나란히  말라 죽은 화분 옆에 나란히   어른과 아이   집 밖에는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은 아이가 가고  거기는 허공이고  아이는 허공에서 앞발이 들렸고  우산이 앞을 다 가렸고   집 안에는 목이 꺾인 어른이 있고  팔짱을 껴서 베고 있고  창은 딱 맞고   개와 사람   개가 달리고 사람이 달린다  개와 사람이 달리고 길이 남는다  개와 사람이 달리고 눈이 펑펑 쏟아진다  .. 2024. 8. 25.
폴 엘뤼아르 Paul Éluard, 『엘뤼아르 시 선집』에서 읽은 시: 평화를 위한 시 & 동물이 웃는다 외 1편 & 약간 일그러진 얼굴 외 1편 & 이곳에 살기 위하여 & 사랑의 힘에 대해 말한다 평화를 위한 시(1918)    Ⅰ모든 행복한 여자는.남편을 되찾았네---태양으로부터 돌아온 그는그만큼의 온기를 가져다주네.그는 웃고 감미롭게 안녕이라고 말하고는자신의 경이로움과 포옹하지.   Ⅵ일하라.내 열 손가락의 일과 내 머리의 일,신의 일, 짐승의 일,나의 삶과 매일 꿈꾸는 우리의 희망,식량과 우리의 사랑,일하라.   Ⅷ나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얼굴을 갖고 있었어,하지만 지금나 사랑받기 위한 얼굴을 갖고 있네,나 행복하기 위한 얼굴을 갖고 있네.   Ⅹ나는 온갖 미녀를 꿈꾸지여행하는 달과 함께매우 고요히,밤을 거니는,  Ⅺ과일나무에 핀 온갖 꽃이 나의 정원을 밝힌다,아름다움의 나무들과 과일나무들,그리고 나는 일한다 그리고 나는 내 정원에 홀로 있다.그리고 태양은 내 손 위에서 어두운 불길로 타오른다.. 2024. 8. 24.
『현대시』 2024년 8월 호에서 눈에 띈 시: 「노아의 연산일기」(함기석), 「올빼미의 눈을 감기려」(김경후), 「영원과 에러」(김선오), 「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외 2편(권민경). 노아의 연산일기- 함기석                                         끝없이 폭우가 내렸다  신의 연산놀이, 무더운 덧셈이 시작되었다 하늘이 제 몸의 흙탕물 피를 빼 인간의 땅에 뿌렸다                   온 세상이 홍수에 잠겼다 별들은 색색 눈동자, 은하수 타고 먼 우주로 달아났고                  자연은 가혹한 곱셈에 잠겼다              바람이 회오리쳐 인간의 신전을 습격했다어제와 오늘이 용이 되어 내려왔다 내일의 불을 뿜으며              하루를 빛과 어둠으로 나눈 왕이 타죽고노아는 여자와 배를 나누었다 외로운 괄호 내가 태어났다                                 { }                    .. 2024. 8. 20.
■ 김은지 시인의 시 ■ 여름 외투 & 반깁스 & 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 그 영화는 좋았다 '실외기'의 이름을 풀어본다  바깥 기계  대체 어떻게 이렇게 섭섭하게 이름을 지을 수 있는지,  이처럼 특별하고 단정한 이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여름 외투    낙타의 등 모양이라는 산에서  도시의 측면을 내려다보며  좁고 높은 건물의 옥상을,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는 옥상을  옥상이 아니라 하나의 뚜껑처럼 보일 때까지  응시했다   한 마을 하늘을 혼자 쓰는 새   광화문 전광판이 자그맣게 보이는 풍경이  게임보다 더 게임 같아    네온이 다시 유행이라고 하는데  형광이라는 말이 어딘가 촌스러운가 하면  네온사인이란 말은 더 오래된 말 같고  형광이란 단어도 시의 제목에 놓인다면 멋스럽지 않을까  뭘 쓸지 골몰하느라  단어들의 자리를 생각한 건 환승을 하면서였다   나를 놀이동산에 데려가.. 2024.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