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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미린 시인의 시 ■ 유령 기계 1 & 비미래 & 유령계 1 & ❄ & 양털 유령, 양떼지기, 아기 양, 아기 양 지킴 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어떤 면. 유령 기계 1     하얀 연골의 크리처가 오고 있다.   빛과 불을 밝힐까.   악천후에는 유령물을 찾곤 했지. 따뜻한 미래물을 찾곤 했지.   빛 속에서 눈을 감으면 가까운 뼈를 가졌다고 생각했어.   얼린 티스푼을 두 눈에 올리면 그 차갑고 환한 기분이유령의 시야였지.   유령의 등뼈는 더 부서지려는 이상한 반짝임.   크리처가 오고 있어. 들것에 실려 오는 시간.   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어떤 면.  텅 빈 맛이어도 빛의 일부였다는, 어제의 불편함이 외로웠다는 세대로부터 비미래     멜론 껍질의 그물 무늬는 속력과 전속력이 교차하는흔적이었다   그리드를 살짝 벌리는 것만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었다   이 겨울.. 2024. 5. 2.
■ 서대경 시인의 시 ■ 원숭이와 나 & 사유 17호 & 고아원 & 굴뚝의 기사 & 천사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Untitled(Brass)  원숭이와 나     함박눈 내리는 밤  원숭이와 나  도깨비 선생 댁 처마 아래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운다   드르륵 창문 열리는 소리  소복소복 쌓이는 흰 눈 위로  도깨비 선생 뿔 그림자  털북숭이 팔 그림자   서 선생, 눈 구경 나오셨소   원숭이가 내 어깨 위로 뛰어올라  내 머리 위에 앉아  도깨비 선생과 악수하고  거 하늘 좋다, 저승길이 환하구먼!   도깨비 선생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도깨비 선생 가래 뱉는 소리  드르륵 창문 닫히는 소리   한밤이 다 가도록  나붓나붓 떨어지는 눈 그림자  도깨비 선생 댁 처마 아래  원숭이와 나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운다  사유 17호는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차양 끝에 엉긴 물방울을 물.. 2024. 5. 1.
■ 이장욱 시인의 시 ■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 절규 & 바지 입은 구름 & 코끼리 그러므로 안 보이는 중심을 향해 집요하게 흙을 파고드는제 몸의 지하에 대하여.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밤새도록 점멸하는 가로등 곁,  고도 6.5미터의 허공에서 잠시 生長을 멈추고  갸우뚱히 생각에 잠긴 나무.   제 몸을 천천히 기어오르는 벌레의 없는 눈과  없는 눈의 맹목이 바라보는 어두운 하늘에 대하여,  하늘 너머의 어둠 속에서 지금  더 먼 은하를 향해 질주하는 빛들에 대하여,   빛과, 당신과, 가로등 아래 빵 굽는 마을의  불꺼진 진열장에 대하여,  그러므로 안 보이는 중심을 향해 집요하게 흙을 파고드는  제 몸의 지하에 대하여.   텃새 한 마리가 상한선을 긋고 지나간 새벽 거리에서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난간들, 나는 온힘을 다해 아주 오래된 멜로디를 떠.. 2024. 5. 1.
■ 2023 시소 선정 작품집 ■ 시 부문: 임솔아, 「특권」 & 윤혜지, 「음악 없는 말」 & 문보영, 「지나가기」 & 주민현, 「밤은 신의 놀이」 특권_임솔아     펜스 앞에 서 있었다.  현수막을 보고 있었다.   긴급 폐쇄라고 적혀 있었다.  공원 바깥에도 산책로는 있으니까  갈 수 있는 바깥이 아직 좀 더 있었다.   친구가 자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있었다.  10월인데 아직도 모기가 있다면서.   이렇게 태연해도 되는 거냐고  나는 물었다.   태연만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친구는 웃었다.   길에 누군가의 조각상이 있었다.  그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침을 뱉는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  이제 개소리 안 난다며 기뻐하다  미안해했던 옆집 여자.   그 여자네 집에서 어느 날부턴가  개소리 들려왔을 때  참 듣기 좋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제 옆집 여자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자주 흥얼거린다  .. 202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