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41 ■ 함기석 시인의 시 ■ 백 년 동안의 웃음 & 모자이크 시계-Composition 0 & 서울의 타잔 & 코코의 초공간 유머 랜드, 회전문 콘서트 &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놀고 있다 가 놀고 있다 발바닥에 비누칠하고 호호 비눗방울 불면서 영감탱이처럼 죽어 있다 가 죽어 있다 등에 죽창 구멍 뚫린 채 백 년 동안 백 년 동안의 웃음 포도나무 아래는 3행이다 미끈미끈 할머니께 아침저녁으로 지청구 듣는 놀고 있다 가 놀고 있다 발바닥에 비누칠하고 호호 비눗방울 불면서 영감탱이처럼 죽어 있다 가 죽어 있다 등에 죽창 구멍 뚫린 채 백 년 동안 구름에서 달걀들이 쏟아진다 와 빨간 털모자 쓰고 촐랑촐랑 눈이 내린다 와 똑같은 모습으로 백 년 만에 첫, 할머니 눈이 내린다 와! 3행에서 죽은 할머니가 자라목을 쏙 내밀고 목적어를 부르자 나팔꽃 꽃눈 흐드러진 초가집 변소에서 할아버지 주어가 엉덩이부터 나온다 엉거주춤 바지를 올리며 눈 덮인 칠흑 세상 사방팔방 두리번거리다.. 2024. 4. 12. ■ 백은선 시인의 시 ■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2편 & 검은 튤립이 만발하던 계절 & 생일 축하해-구유에게 & 가장 아름다운 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당신이 결국 갖게될 미래라고.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그네 아래는 하얀 꽃이다 폴란드 폴란드 새가 날아가는 순간 새는 무언가 놓고 가는 것만 같고 하얀 것은 깊이를 알 수 없다고 믿었다 불타는 나의 폴란드 아름다운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웃고 아이들은 손과 손을 겹쳐 흔들리지 않는 탑을 만들지 소리 없이 날개를 접는 물속에서 영원을 구할 때 너는 눈과 코와 입을 잃었고 그위로 떠내려간 입이 부른 노래가 가장 긴 이름이 되었다고하는데, 물속에서 영원을 구할 때 찌를 드리운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당신이 결국 갖게될 미래라고. 그 말은 둥근 포물선을 그리며 퍼져나.. 2024. 4. 11. ■ 변혜지 시인의 시 ■ 내가 태어나는 꿈 & 대과거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 언더독 & 무해한 놀이 가끔 서로를 깨뜨리면서 나는 내가 될 것이다. 그리고마지막으로 하나의 말을 남기게 된다.병원으로 가. 가서 나를 데려와. 내가 태어나는 꿈 가족들은 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박두한 세계를 맞닥뜨리고 내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기를. 떨리는 손으로 나를 받아 든 부모의 손길에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기를. 갓 태어난 나는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감격한 부모가 만들어내는 눈물과 포대기에 싸여 금세 잠든 어린 나의 위에 켜켜이 쌓이고 있는 수많은 소원의 형상과 수많은 축복의 선언들 나를 안고 병원을 나올 때, 나는 잠든 부모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내내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나는 품에 안아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배불리 먹고도 웃지 않는다. 기저귀.. 2024. 4. 10. ■ 설하한 시인의 시 ■ 새가 태어나는 올리브 & 나이트 프라이트(Night Fright) & 빛과 양식 & 불가능한 얼굴 &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일이라면 새가 태어나는 올리브 이스라엘은 올리브가 유명하다 통조림을 열자 씨가 제거된 올리브가 가득 차 있다 나는 올리브를 접시에 올려둔다 빈 땅에 유대인들이 올리브를 심는다 고향에서 쫓겨난 사람들 2006년 11월 한 할머니는 마지막 손자까지 잃자 몸에 폭탄을 두른다 가족을 잃은 유대인들이 슬퍼하고 만약 보복하지 않았다면 만약 손자가 죽지 않았더라면 만약 올리브를 심지 않았더라면 만약 아무도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만약 그리고 또 만약 생각이 정전되자 어둠 속에서 올리브가 접시에 뿌리를 내린다 그것은 자라 나무가 된다 올리브가 열린다 새들이 날아들어 올리브를 먹고 씨앗을 퍼뜨린다 올리브 숲에 새들이 날아들고 새들은 열매를 먹고 알을 낳는다 불이 다시 돌아오자 올리브 숲이 사라진 테이블 접시 위에.. 2024. 4. 9. 이전 1 ··· 32 33 34 35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