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3 제24회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 「때맞춰 」외 4편(김진선 시인) 때맞춰 당신은 곧 도착한다며 어디라도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플랫폼에 앉아 몇번의 지하철을 보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 중이었습니다 잘못 내린 것인지 다음 지하철을 타고 그새 떠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편의점 까페 중고서점 옷가게 역 근처에는 기다릴 곳이 많았지만 어디에도 갈 수 없습니다 시간을 때울 곳이 많은 게 난처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오월이면 도로를 통제하고 사람들이 모입니다 어디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사람들은 기다립니다 있었던 사람들을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 노래는 계속 불리고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방향으로 걷다보면 발아래 차선이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것 같고 당신과의 약속에 늦을까봐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한 사람이 덥석 내 손을잡았을 때 우리는 앞을 보.. 2024. 11. 14. 『창작과 비평』 2024년 가을호(통권 205호)에서 눈에 띄는 시: 「작고 낮은 풀꽂이」 외, (마윤지)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42년 뒤」 외, (박상순), & ,「부리」 외, (안태운), 「식인의 세계」외 (이기성). 작고 낮은 풀꽂이- 마윤지 물레 페달을 밟는 너의 발바닥 흙을 쥐는 너의 손바닥 두 엄지를 넣어 네가 만든 구멍 속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두 중지로 네가 올린 높이 속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쏟아질 때까지 달려나갈 때까지 한쪽으로 구르기 시작할 때까지 끝 밖으로 끝 안으로 네가 두드려 때린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가마 속에 풀꽂이 가마 속에 불덩이 가마 속에 터널. 창고. 새벽 택시. 느린 노래. 10분. 검은 바지. 강에 비치는 쇠오리 불을 꽁꽁 입고서 불을 전부 벗어나고서 .. 2024. 11. 14. ■ 이자켓 시인의 시 ■ 프랑스에서 영화 보기 & 복어 가요 & 말고라는 고양이 & 거침없이 내성적인 & 유니버스 진화珍話 내 어깨는 좁고 녹색 모직 코트는 까끌까끌 네가 내게 기대면 나는 네게 기대고 우리 사이는 극명해지고 그 쓸쓸한 거리를 걸을 테니까 프랑스에서 영화 보기 조그만 영화관에서는 조그만 자리에 구겨 앉아 조그만 화면으로 영화를 보죠 자막 없는 이국의 영화 그들의 말을 듣습니다 화가 났군요 울컥했군요 고요하네요 신이 났군요 영영 잊었군요 너는 졸고 있습니다 고개를 앞뒤로 꾸벅이다 때론 옆 사람에게 머리를 기대기도 합니다 어째서 내 쪽이 아니라 이국의 관객 쪽으로 머리가 쏠릴까요 그쪽이 편할까요 그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내 어깨는 좁고 녹색 모직 코트는 까끌까끌 네가 내게 기대면 나는 네게 기대고 우리 사이는 극명해지고 그 쓸쓸한 거리를 걸을 테니까 저 배우.. 2024. 11. 13. ■ 임지은 시인의 시 ■ 사물들 & 식물원에 와서 쓰는 동물원 시 & 유기농 엄마 & 혼코노 & 세탁기 연구. 사람은 고쳐 쓰지 말랬지만사물은 몇 번이나 고쳐 쓸 수 있고 사물들 리본과 화분이 약속한다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포옹한다 단골손님과 주인으로 만나 혼인 신고를 마친 보르헤스 전집과 3단 책장 새로 산 우산이 겨울비를 맞는다 계단이 물 자국을 빨아들인다 투명한 창문에 입김을 불어 글씨를 쓴다 오래오래 잘 사세요 부러진 밥상과 스프링이 빠진 볼펜 사람은 고쳐 쓰지 말랬지만 사물은 몇 번이나 고쳐 쓸 수 있고 머리부터 집어넣는 티셔츠의 세계 몸통이 구멍인 빨대의 세계 뜨거워져야 움직이는 엔진의 세계 달력이 1월을 사랑해서 새해가 온다 바퀴가 동그라미를 따라 해서 자전거가 움직인다 컵과 얼음이 만나서 완성되는 여름 구멍 난 장갑이 눈사람의 차지가 되는 겨울 창문에 쓴 글자가 남아 있다 오래오.. 2024. 11. 12. 이전 1 2 3 4 5 6 7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