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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26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1부 :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 강산에 외 8편 중 4편_유현성. ※ 수상작은 총 9편입니다. 수상작의 분량을 고려하여 1부와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유현성  여기의 동물들은 거짓말을 사고 판다.훌륭한 거짓말은 세계에 신빙성을 더해줌으로우리에게 더욱 현실적인 진실은 필요가 없다.      토끼의 경우     어렸을 적 불렀던 노래 가사가 금서에 일부라는 것을 토끼는 알고 있다. 생산라인 A동에서 머릿속으로 가사를 부르며 토끼는 유물들 위로공업용 거짓말을 붓는다. 공업용 거짓말은 3% 정도의 사실로 구성된 액체 유형의 말로 발음되는 휘발성이 매우 높아 늘 공업용 마스크를 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독성의 거짓말에 감염될 수 있어 대화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생산라인 B공장의 한 구석에서는 필리핀 앵무새를 사육장에 가둬두고 약간의 사실.. 2024. 10. 25.
『현대시』 2024년 10월 호에서 눈에 띈 시: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외 1편(신영배), 「비산화」외 1편(서윤후), 「어여쁘겠다」외 1편(권박).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 신영배     골목이다  한쪽 둔덕에서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 나무들을 모두 들어낸 골목이다  음식점과 카페를 검색하고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테이블을 정하고 메뉴를 정하고  앉아서  골목이다  나무들을 들어낸 후에야 나무 냄새가 나  진하게  괜히 꺼냈나 하는 말을 안고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나무가 나무에게 전하는 냄새겠지  웃기도 하면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표정도 신경 쓰면서  골목에서 사람을 만난다  그 골목이었던가  예전 이야기도 꺼내며  아무도 없을 거야  이후의 골목도 꺼내면서  골목은 골목들과 겹치며  골목이다 골목이다  쓰러진 나무들이 한 그루씩 들것에 실려서 빠져나갔던 골목이다  그 나무들의 줄이 삼백 미터나 되었던 골목이다  나무들이 사람처럼  사.. 2024. 10. 24.
세사르 바예호César Vallejo 시선집,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에서: 검은 전령, 하나에 천 원이요, 영원한 주사위, 트릴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검은 전령     살다 보면 겪는 고통. 너무도 힘든 ... 모르겠어.  신의 증오가 빚은 듯한 고통. 그 앞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괴로움이  썰물처럼 영혼에 고이는 듯... 모르겠어.   얼마 안 되지만 고통은 고통이지. 굳은 얼굴에도  단단한 등에도 깊디깊은 골을 파고 마는...  어쩌면 그것은 길길이 날뛰는 야만족의 망아지,  아니면, 죽음의 신이 우리에게 보낸 검은 전령.   영혼의 구세주가 거꾸러지며 넘어지는 것.  운명의 신이 저주하는 어떤 믿음이 넘어지는 것.  이 처절한 고통은 그리도 기다리던 빵이  오븐 문 앞에서 타버릴 때 나는 소리.   그러면, 불쌍한... 가엾은... 사람은  누가 어깨라도 치는 양 천천히 눈을 돌려,  망연히 바라봐.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은  회한의 웅덩이가.. 2024. 10. 15.
■ 박은정 시인의 시 2 ■ 작은 경이 & 아사코의 거짓말 & 링링 & 어떤 장례식 & 빙식증 작은 경이     너와 내가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빼고는 다 알았다  내가 훔친 운동화를  네가 신고 다닌다는 소문   훔친 운동화는 모르는 길도  처음 보는 가게도 거침없이 돌아다닌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담배꽁초를 비벼 끄며   더위에 숨을 헐떡이는 개  시소 위에 놓인 돌멩이 하나  가끔은 모든 것이 전람회에 걸린 그림 같다  지루한 자신을 훔쳐 갈 도둑을 기다리듯   태풍의 전야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아진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  점성과 농도로만 이루어져 있을 때  세계에 가닿을 손끝을 예감했던 것처럼   손목과 발목이 서로 엉킨 채로  두려움이, 또 두려움 없는 마음이* 동시에  서로를 한 몸처럼 먹고 마시며   어떤 사랑은 사랑이 되기 위해  .. 2024.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