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창조자』에서, 축복의 시 & 체스 & 또 다른 호랑이- 그리고 유사하게 창조하는 기술 ■
축복의 시*-마리아 에스테르 바스케스**에게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말기를.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신은 빛을 여읜 눈을 이 장서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 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 낮은 무한한 장서를 헛되이 눈에 선사하네. 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한 원고들 같이 까다로운 책들을. (그리스 신화에서) 샘물과 정원 사이에서 어느 한 왕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 갔네. 높고도 깊은 눈먼 도서관 구석구석을 나도 정처 없이 헤매이네. 백과사전, 아틀라스, 동방 서구, 세기, 왕조, 상징, 우주, 우주론을 벽들이 하릴없..
2024. 6. 4.
페르난투 페소아 Fernando Pessoa,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에서. 담배 가게 & 포르투풍 내장 요리 & 승리의 송시
담배 가게(부분)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영영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가 되기를 원할 수조차 없다. 이걸 제외하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꿈을 품고 있다. 내 방의 창문들, 아무도 누군지 모르는 이 세상 수백만 개 중 하나인 내 방에서, (그리고 만약 안다 한들, 뭘 안단 말인가?) 너희는 행인들이 끊임없이 다니는 어느 길의 신비로 나 있구나, 그 어떤 생각들에도 접근 불가한 길로, 진짜, 말도 안 되게 진짜이며, 맞는, 알 수 없게 맞는 길로, 돌들과 만물 아래 존재하는 것들의 신비와 함께, 벽을 습기로 채우고 머리카락을 희끗하게 만드는 죽음과 함께, 전부의 마차를 무(無)의 큰길로 모는 운명과 함께. 나는 ..
2024. 6. 3.
앤 섹스턴Anne Sexton, 『밤엔 더 용감하지』에서, 그런 여자 과(科) & 내 모든 어여쁜 것들 & 키스
그런 여자 과(科) 나는 홀린 마녀, 밖으로 싸돌아다녔지, 검은 대기에 출몰하고, 밤엔 더 용감하지. 악마를 꿈꾸며, 나는 평범한 집들 너머로 휙휙 불빛들을 타고 다니지. 외로운 것, 손가락은 열두 개, 정신 나간, 그런 여자는 여자도 아니겠지, 분명. 나는 그런 여자 과. 숲속에서 나는 따뜻한 동굴들을 발견했고, 동굴을 프라이팬, 큰 포크들과 선반들, 벽장, 실크, 셀 수 없는 물건들로 채웠지; 벌레와 요정들에게 저녁을 차려 주고: 훌쩍이며, 어질러진 걸 다시 정리했지. 그런 여자는 이해받지 못해. 나는 그런 여자 과. 나는 당신 수레에 올라탔어, 마부여, 지나는 동네마다 내 맨팔을 마구 흔들어 댔지, 최후의 바른 길을 배우며, 생존자여, 그 길에서는 당신 불..
2024.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