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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인들2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Ivan Sergeyevich Turgenev,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에서 산문시 3편: 대화 & 개 & 벌레 대화                                                      융프라우에도 핀스터아르호른에도                                                      아직 인간의 발자취가 없었다.    알프스 정상······ 온통 험한 봉우리들의 연속 ······  산들의최중심지.  산 위로 펼쳐진 연옥색의 말 없는 밝은 하늘. 매서운강추위. 반짝이는 얼어붙은 눈. 그 눈을 뚫고 솟아난 얼음덮이고 비바람을 견뎌 낸 준엄한 바윗덩어리.  지평선 양쪽에서 떠오른 두 바윗덩어리, 두 거인은융프라우와 핀스터아르호른이다.  융프라우가 이웃에게 말한다.  "뭐 새로운 소식 없소? 당신이 더 잘 보이잖아. 거기아래쪽은 어떻소?"  한순간 몇 천 년이 지나간다.. 2024. 8. 9.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체임버 뮤직』에서 일부: CHAMBER MUSIC1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감미로운 현악기 소리,  버드나무 만나는 그곳,  강가의 현악기.   임이 거기에 거닐어,  강 따라 음악이 흐르는데  임의 망토에는 핼쑥한 꽃들이,  머리에는 짙은 잎들이.   음악에 머리를 기울이고  모두 은은히 연주하는데,  한 악기 위에는  길 잃은 손가락.  2    자수정 황혼 빛  짙푸른 빛 더욱 짙어져,  등불은 초록빛 으스름히  가로수를 밝히는데.   오래된 피아노 선율은  조용하고 느릿하고 태평하고,  누런 건반 앞에 구부리고 앉은 그녀,  머리는 이리로 기울어.   수줍은 생각, 크게 뜬 진지한 눈과 손,  한쪽으로 기울며 산만해지는데---  자수정 황혼 빛  푸른 빛 더욱 짙어져.  3    만물이 휴식하는 그 시간,  외로이.. 2024. 7. 31.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에서: 튈르리 공원 & 베르사유 궁전 & 여인들의 문예 취미 & 마음속에서 지는 태양 튈르리 공원    오늘 아침 튈르리 공원의 태양은 잠이 덜 깬 듯 돌계단위를 한 칸씩 미끄러지며 내려가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태양의 그림자는 선잠에 빠진 금발 청년을 금방이라도깨울 것만 같았다. 오래된 궁전을 배경으로 어린 새싹들이푸르러져 간다. 무엇엔가 홀린 바람의 숨결은 과거의 냄새에라일락의 신선한 향기를 섞는다. 미친 여자의 갑작스러운등장처럼 흔히 우리를 겁주던 석상들은 이곳 소사나무 아치아래에 꿈을 꾸듯 서 있다. 녹음 속에서 흰 빛으로 눈부신그 모습이 마치 현자들 같구나. 파란 하늘이 내려앉은수반은 흡사 사람의 시선인 양 빛난다.   강가의 테라스 너머로 센강 저편 케 도르세*의 고색창연한 동네에서 과거로 돌아간 듯 근위병 하나가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제라늄 화분들 위로 들꽃들이흐드러지게 침범.. 2024. 7. 21.
울라브 하우게 Olav H. Hauge,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에서 읽은 시: 수확기 & 나뭇잎집과 눈집 &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당신의 정원을 보여주세요 & 길 &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수확기    구월의 조용한 날들 해가 떠 있다  추수할 때다 숲에는 아직  크랜베리들이 있고 돌담 옆에  붉게 물들고 있는 들장미 열매들이 있고  떨어질 듯 개암들이 있고  블랙베리들이 관목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개똥지빠귀들이 마지막 까치밥나무 열매들을 찾고  있다  말벌들은 달콤해지는 자두들에 매달려 있고  나는 황혼녘에 사다리를 헛간에 세워 두고  바구니를 걸어 둔다 빙하들은  새로 온 눈을 조금씩 쓰고 있다. 침대에서  나는 청어 잡이 어부들이 시동을 걸고 떠나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온밤을 지새울 것이다  어둠이 활주하는 피오르에서 강력한 탐보등을 켜고    나뭇잎집과 눈집    이 시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그저 자유롭게 모인  몇 단어예요  그러나 아직도  시작(詩作)에는  내가 좋.. 2024.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