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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인들24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시집, 『창작 수업』에서: 연예 산업 & 암흑과 얼음 & 작은 카페 & IBM 앞에 앉아서 & 내 친구 부처님. 연예 산업    그쪽은 나도 역부족  당신도 역부족  우리에겐  어림없는 일   그러니 그쪽으론 기웃대지 말아요  아예 꿈도 꾸지  말아요   그저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씻고  면도하고  옷 입고  밖으로 나가  뛰어들 뿐   그 외에  남은 거라돈  자살과  광란 뿐이오   그러니  지나친 기대는  금물   기대는 싹  접으시라   그러니  해야 할 일은  최소한의   기본적  행위   가령 집 밖에  나갔을 때  차가 그 자리에  있으면  기뻐하기   그대로 있는 데다  타이어도 펑크가 나지  않은 걸  기뻐하기   그렇다면 차에  올라타  시동이   걸리면  출발   이제부터  일생일대의  개똥 같은   영화가  상영되고  당신은  그 영화의  출연자   저예산  게다가  평.. 2024. 7. 7.
미야자와 겐지 みやざわけんじ(宮沢賢治) 시집, 『봄과 아수라』: 봄과 아수라 & 진공용매 & 고이와이 농장 파트2 & 그랜드 전신주 & 개 봄과 아수라(mental sketch modified)     심상의 잿빛 강철에서  으름덩굴 구름에 휘감기고  찔레꽃 덤불과 부식된 습지  여기나 저기나 아첨의 무늬      (정오를 알리는 소리보다 드높이      호박 조각들이 쏟아질 무렵)  분노의 쓸쓸한 혹은 미숙함  4월의 대기층 쏟아지는 햇빛 속을  침 뱉고 이 갈며 이리저리 오가는  나는 하나의 아수라로다      (풍경은 눈물에 아른거리고)  조각난 구름 떼 망망히 펼쳐진      더없이 영롱한 하늘의 바다에          수정처럼 투명한 바람이 불고              ZYPRESSEN* 봄의 행렬                 새까만 빛 알갱이 들이마시는                     나무의 그 어두운 걸음걸음에는       .. 2024. 7. 3.
로트레아몽 Le comte de Lautréamont, 『말도로르의 노래』에서: 첫번째 노래 [3] & 두번째 노래 [6] & 네번째 노래 [8] 첫번째 노래 [3]    나는 말도로르*가 어린 시절 얼마나 착했던가를 몇 줄에 걸쳐 밝히려 하는데, 그 시절 그는 행복하게 살았다. 그것은 끝난 일이다. 이윽고 그는 자신이 악하게 태어났음을 깨달았다. 이상야릇한 숙명이로다! 그는  아주 여러 해 동안, 가능한 한 자신의 성격을숨겼지만, 그러나, 결국은 그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이 집중 때문에, 매일 피가 머리까지 오르곤 했으며, 그와 같은 삶을 더는 참을수 없어서, 그는 끝내 악의 길에······ 그 감미로운 환경에 결정적으로 몸을 던졌던 것이다! 누가 그렇게 되리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가 어린아이를, 장밋빛 얼굴의 어린아이를 껴안을 때면, 면도날로 그 뺨을 도려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또 만일 법이 징벌의 긴 나열로 번번이 그를 막지만 않았더라면, .. 2024. 6. 27.
W. G. 제발트 W. G. Sebald, 『자연을 따라. 기초시』에서: 알프스의 눈과 같이 & 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 어두운 밤이 전진한다 알프스의 눈과 같이 Ⅱ    마테우스 그뤼네발트 폰 아샤펜부르크  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그 화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책은  1675년 요하임 폰 잔트라르트*가 펴낸  『독일 아카데미』인데, 저자는 영예로운 그 손에 대해서  글이나 말로 표현할 줄 알았던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질책의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잔트라르트의 증언을 우리는 신뢰해도 좋을 것이다.  뷔르츠부르크 박물관, 초상화 속 그는  여든두 살인데도 정신이 아주 명민해 보이며  눈빛은 기묘하리만치 맑고 깨끗하므로.  마테우스는 채도를 달리한 회색과 검은색으로,  프랑크푸르트 도미니크회 수도원이 주문했고  뒤러가 완성한 마리아 승천 제단화의  양쪽 날개 겉면을 그렸다고,  그러므로 추정컨대 .. 2024.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