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42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시집, 『충만한 힘』 에서 시 읽기: 시인의 의무 & 탑에서 & 아이 씻기기 & 탄생 & 죽은 가난한 사람에게. 시인의 의무    이 금요일 아침, 바다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간에, 집이나 사무실에 갇혀 있거나  공장이나 여자, 거리나 광산 또는 메마른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간에 나는   그에게 왔다, 그리고 말하거나 보지 않고  도착해서 그의 감옥문을 연다,  희미하나 뚜렷한 동요가 시작되고,  천둥의 긴 우르릉 소리가 이 행성의 무게와  거품에 스스로를 더하며,  바다의 신음하는 물흐름은 물결을 일으키고,  별은 그 광관光冠 속에서 급속히 진동하며,  바다는 파도치고, 꺼지고, 또 파도치기를 계속한다.   그리하여, 내 운명에 이끌려,  나는 바다의 비탄을 듣고 그걸  내 의식에 간직해야 하며,  거친 물의 굉음을 느끼고  그걸 영원한 잔에 모아,  그들이 수감되어 있는 데가 어디이.. 2024. 6. 20.
■ 이기리 시인의 시 ■ 흙비 & 극세사 & 수양버들 & 나는 팔과 몸 사이에 또 다른 팔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에나는 잠깐 놀라기도 했다내 남은 팔은 그리할 수 없는데사이라는 것은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구나 흙비    이를테면 한해살이풀이란 말이 여름 내내 걸음을 기우는 것   왜 이 길로 가느냐고 물었다 저쪽으로 가면 돌아가지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는데  슈퍼를 지나 공원을 끼는 이 지루하고 재미없고 무딘길을 걷느냐고  당신은 말없이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유를 대답할 수 없다는 듯이  푹푹 찌는 무더위에 어느덧 숨은 가쁘고 이마엔 땀이송글송글 맺혔다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는 동선이다 당신은 왜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하지? 나는  세탁소에 맡긴 옷들을 찾으러 나왔을 뿐인데 이봐요당신,  나는 처음부터.. 2024. 6. 20.
■ 오은 시인의 시 ■ 그곳 & 그것들 & 그 & 우리 & 너 "아빠, 나 왔어!" 봉안당에 들어설 때면 최대한명랑하게 인사한다. 그곳     "아빠, 나 왔어!" 봉안당에 들어설 때면 최대한 명랑하게 인사한다. 그날 밤 꿈에 아빠가 나왔다. "은아, 오늘은아빠가 왔다." 최대한이 터질 때 비어져 나오는 것이 있었다. 가마득한 그날을 향해 전속력으로 범람하는 명랑.  도망가야 할 때조차 토껴야 만족하는 사람  기막힐 때조차 기똥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속을 터놓는 대신 속俗으로 기어들어 가는 사람  그것들     된소리는 소리가 이미 됐다는 소리야  무슨 소리야 완성이 됐다고?   된 사람처럼 모질고 우악스럽다고  다 된 밥에 재 뿌리겠다고 작정한 소리라고   꼴통을 봐  쓰레기를 봐  빨갱이를 봐   화낼 준비를 하는 사람  이미 화풀이를 하고 있는 사람  편견.. 2024. 6. 19.
■ 이경림 시인의 시 ■ 눈이 와서 & 토마토 혹은 지금 & 개미 & 혈압약을 먹고 아침을 먹을까/아침을 먹고 혈압약을 먹을까& 영옥이라는 이름으로 유리(琉璃) 속을 번지다  유리(遊離)로 가라앉는 그림자 눈이 와서     눈이 와서  문득 하늘이 있다 막 퍼붓는  하늘을 쓰고 눈 쪽으로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잔가지에 쌓인 눈  위태롭고 안온해서 아름다운 눈을 어루며  미친 척 부는 바람이 있다   눈이 와서  문득  유리 안에 소파가 생겨나고  후우욱  긴 숨을 내쉬는  네가 생겨난다   유리(琉璃) 속을 번지다  유리(遊離)로 가라앉는 그림자   앞이나 뒤나 안이나 밖이나 온통   눈이 와서  오솔길은 뱀처럼 숲의 가슴을 파고들고  적송은 풍파 소리로 지나간다    누구세요? 아 네, 아래층입니다 옆집 토마토 열리는 중 무슨 일이죠? 시침 뚝 떼는 중 아저씨 제발우리 아빠 좀 말려주세요 어린 토마토 겁에 질린 중 아, 토마토 혹은 지금    .. 2024.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