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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G. 제발트 W. G. Sebald, 『자연을 따라. 기초시』에서: 알프스의 눈과 같이 & 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 어두운 밤이 전진한다 알프스의 눈과 같이 Ⅱ    마테우스 그뤼네발트 폰 아샤펜부르크  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그 화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책은  1675년 요하임 폰 잔트라르트*가 펴낸  『독일 아카데미』인데, 저자는 영예로운 그 손에 대해서  글이나 말로 표현할 줄 알았던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질책의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잔트라르트의 증언을 우리는 신뢰해도 좋을 것이다.  뷔르츠부르크 박물관, 초상화 속 그는  여든두 살인데도 정신이 아주 명민해 보이며  눈빛은 기묘하리만치 맑고 깨끗하므로.  마테우스는 채도를 달리한 회색과 검은색으로,  프랑크푸르트 도미니크회 수도원이 주문했고  뒤러가 완성한 마리아 승천 제단화의  양쪽 날개 겉면을 그렸다고,  그러므로 추정컨대 .. 2024. 6. 27.
제임스 테이트 JAMES TATE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에서: 이렇게 시작되었지 & 전생에서 & 빵모자 속의 송어 이렇게 시작되었지    염소 한 마리가 내 옆에 나타났을 때 나는 성 세실리아 사제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놈은 전체적으로는 흑백 얼룩이었으나, 여기저기 붉은 갈색도 약간 섞여 있었다. 내가 걷기 시작하자염소는 나를 따라왔다. 나는 즐거웠고 아주 기뻤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일에는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개에게는 목줄과 관련한 법이 있는데, 염소에게는 무슨 법이 적용될는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미소 지었고 염소를 보고 감탄했다. "이건 내가 키우는 염소가 아니에요." 내가 설명했다. "이건 마을 소유의 염소예요.단지 내 차례가 되어 돌보고 있는 거지요." "우리에게 염소가 있다는 건 몰랐는데."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내 차례는 언제지?" "곧올 거예요." 내가 말했다. "참.. 2024. 6. 24.
■ 김승일 시인의 시 ■ 항상 조금 추운 극장 & 너무 오래 있었던 세계 & 2차원의 악마 & 나는 모스크바에서 바뀌었다 신이시여 잘했지요 고양이얘기로 시작하긴 했지만 고양이 얘기가 아닌 얘기를했잖아요 옛날에 알았던 사람들이 전부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좀비로요 극장은 항상 조금 추워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고양이와 함께 산 다음부터 고양이 얘기 아니면할 얘기가 없게 됐어요 앞으로도 남은 평생 고양이 얘기만 해도 되냐고 신에게 물었어요 그러지 말라네요 내가 고양이가 아닌데 당신은 어떻게 나를 좋아했나요 아직도 좋아하나요 극장에서 좀비 영화를 봤는데 좀비로 분장한 당신을 발견했어요 확실히 당신이었어요 표를 새로 끊고 극장에 앉아서 당신이 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어요 잠깐만 나오더군요 당신이 나를 좋아했을 때 당신은 만나는 사람이 있었죠 곧 헤어지겠다고 하고서는 헤어지는 것을 힘들어했죠 당신이 빨리 헤어지길 바랐어요 세.. 2024. 6. 24.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é, 『상상력에게 TO IMAGINATION』: 별 & 상상력에게 & 나는 유일한 존재 & 5월 꽃들은 피어나고 & 내 영혼은 비겁하지 않다 별    아, 어쩌면, 눈부신 태양으로 나의 대지는        다시 기쁨을 누리는데,  그대는, 모두, 떠나,        텅 빈 하늘을 남겼는가?   밤새, 그대 찬란한 눈길은        내 눈 속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온 마음 다해 감사의 한숨으로        그 응시를 성스럽게 축복했네.   나는 평화로웠고, 그대의 눈빛을        마셨네, 내 생명이므로.  그러고는 내 변화무쌍한 꿈속에서         환호했네 마치 바다 새처럼.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별은 별의 꼬리를 물며        끝없는 곳을 지나갔네.  그러는 동안 멀리 가까이 아름다운 힘 하나가        내내 간담을 서늘케 하여, 우리가 하나임을 증명했네.   새벽은 왜 그리 대단하고,        .. 2024.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