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2 ■ 박연준 시인의 시 ■ 불사조 & 나는 당신의 기일(忌日)을 공들여 잊는다 & 다이빙 & '멍청하게 과격하게' 연주할 것-머리카락을 잘라버린 자화상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며칠째 미동도 않잖아."내가 말하자 날아가는 조약돌 불사조 당신에게 부딪혀 이마가 깨져도 되나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날았고 이마가 깨졌다 이마 사이로, 냇물이 흘렀다 졸졸졸 소리에 맞춰 웃었다 환 한 날 들 조약돌이 숲의 미래를 점치며 졸고 있을 때 나는 끈적한 이마를 가진 다람쥐 깨진 이마로 춤추는 새의 알 이곳에서는 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른다 깨지면서 태어나 휘발되는 것 부화를 증오하는 것 날아가는 속도로 죽는 것 누군가 숲으로 간다 나는 추락이야 추락이라는 방에 깃든 날개야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잡다 꺾이는 나는 반 마리야 그냥 반 마리. 죽지도 않아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2024. 5. 4. ■ 안미린 시인의 시 ■ 유령 기계 1 & 비미래 & 유령계 1 & ❄ & 양털 유령, 양떼지기, 아기 양, 아기 양 지킴 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어떤 면. 유령 기계 1 하얀 연골의 크리처가 오고 있다. 빛과 불을 밝힐까. 악천후에는 유령물을 찾곤 했지. 따뜻한 미래물을 찾곤 했지. 빛 속에서 눈을 감으면 가까운 뼈를 가졌다고 생각했어. 얼린 티스푼을 두 눈에 올리면 그 차갑고 환한 기분이유령의 시야였지. 유령의 등뼈는 더 부서지려는 이상한 반짝임. 크리처가 오고 있어. 들것에 실려 오는 시간. 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어떤 면. 텅 빈 맛이어도 빛의 일부였다는, 어제의 불편함이 외로웠다는 세대로부터 비미래 멜론 껍질의 그물 무늬는 속력과 전속력이 교차하는흔적이었다 그리드를 살짝 벌리는 것만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었다 이 겨울.. 2024. 5. 2. ■ 서대경 시인의 시 ■ 원숭이와 나 & 사유 17호 & 고아원 & 굴뚝의 기사 & 천사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Untitled(Brass) 원숭이와 나 함박눈 내리는 밤 원숭이와 나 도깨비 선생 댁 처마 아래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운다 드르륵 창문 열리는 소리 소복소복 쌓이는 흰 눈 위로 도깨비 선생 뿔 그림자 털북숭이 팔 그림자 서 선생, 눈 구경 나오셨소 원숭이가 내 어깨 위로 뛰어올라 내 머리 위에 앉아 도깨비 선생과 악수하고 거 하늘 좋다, 저승길이 환하구먼! 도깨비 선생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도깨비 선생 가래 뱉는 소리 드르륵 창문 닫히는 소리 한밤이 다 가도록 나붓나붓 떨어지는 눈 그림자 도깨비 선생 댁 처마 아래 원숭이와 나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운다 사유 17호는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차양 끝에 엉긴 물방울을 물.. 2024. 5. 1. ■ 이장욱 시인의 시 ■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 절규 & 바지 입은 구름 & 코끼리 그러므로 안 보이는 중심을 향해 집요하게 흙을 파고드는제 몸의 지하에 대하여.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밤새도록 점멸하는 가로등 곁, 고도 6.5미터의 허공에서 잠시 生長을 멈추고 갸우뚱히 생각에 잠긴 나무. 제 몸을 천천히 기어오르는 벌레의 없는 눈과 없는 눈의 맹목이 바라보는 어두운 하늘에 대하여, 하늘 너머의 어둠 속에서 지금 더 먼 은하를 향해 질주하는 빛들에 대하여, 빛과, 당신과, 가로등 아래 빵 굽는 마을의 불꺼진 진열장에 대하여, 그러므로 안 보이는 중심을 향해 집요하게 흙을 파고드는 제 몸의 지하에 대하여. 텃새 한 마리가 상한선을 긋고 지나간 새벽 거리에서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난간들, 나는 온힘을 다해 아주 오래된 멜로디를 떠.. 2024. 5. 1.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