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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찬 시인의 시 ■ 이미지 사진 & 받아쓰기 & 호프는 독일어지만 호프집은 한국어다 &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사진관에 모이는 것으로 마음을 남기던 시절의 기억 속으로 내려오는 저녁이 하나 휘어지는 빛이 둘  이미지 사진     아름다움 하나  나무의자 둘   잠시 찾아와서 내려앉는 빛   이 장면은 폐기되었고   이해하자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거잖아 하나  서양 난 화분이 쓰러진 모양이 둘   너는 그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니(다 날아가고 눈 코 입만남은 사진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들의 기억)   사진관에 모이는 것으로 마음을 남기던 시절의 기억 속으로 내려오는 저녁이 하나 휘어지는 빛이 둘   (이 순간을 어떤 영화에서 본 것만 같다고 잠시 느꼈을 때, 그것이 어떤 시절에만 가능한 착각이라는 점을 뒤늦게알아차리고 나서의 부끄러움)   죽은 아름다움 하나  부서진 나무 의자 다섯   자꾸 뭘 기억하려고 그.. 2024. 5. 7.
■ 조시현 시인의 시 ■ 아이들 타임 & 인사이드 아웃 & 오래된 사랑과 미래 네가 죽을 때까지 내려다볼게  떠나면서 너는 그렇게 말했지만   엘리노어, 정말로 보고 있어? 아이들 타임*     보고 싶어, 엘리노어  이렇게 조용한 지구를 상상해 본 적 있어?  인쇄된 글자처럼 쓸쓸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내게 너무 늦게 전해지는 건지도 몰라   손바닥만 따뜻해지는 불 앞에 모여 앉아서   가늠되지 않는 오후 속에서  후, 후 숨 쉬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재를 터는 것처럼  뜨거운 것을 부는 것처럼    열기가 불행을 미뤄주는 것처럼  우리가 잠깐 잡았던 손처럼   끝난 것의 끝을 기다리면서  오래 헤어지는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불행하지 않아  자 따라해봐  불행하지 않다   지구가 버퍼링에 걸린 것 같지   빌린 책은 마지막 두 장이 잘려 있었어  나는 영원히 결말을 .. 2024. 5. 6.
■ 김이강 시인의 시 ■ 나와 클레르의 오후 & 서머타임 & 휴가 계획 & 데이빗 안젤라 티리에 & 여름 정원 트램을 타고 외곽으로 간 우리는어느 황량한 정거장에서 잠시 머물렀다낮게 이어진 콘크리트 외벽들이 푸르게 잠기어간다   나와 클레르의 오후     성당이나 서점을 지나 걸었다  오래된 다리 위에서 클레르가 뒤를 돌아보았다   빨리 와.  응. 빨리 갈게.   클레르의 운동화 바닥은 안쪽부터 닳는구나  걷는 사람들의 오른뺨이 석양을 받고 있다   트램을 타고 외곽으로 간 우리는  어느 황량한 정거장에서 잠시 머물렀다  낮게 이어진 콘크리트 외벽들이 푸르게 잠기어간다   돌아가는 트램을 기다리다 클레르가 말한다  눈을 깜빡이더니  크게 웃는 클레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였기 때문에 클레르의 얼굴엔  빗금처럼 어둠이 쏟아졌다   잠시 후 우린 잊고 있던 도시락 가방을  클레르의 배낭에서 꺼낼 수 있었다    .. 2024. 5. 5.
■ 이장욱 시인의 시 ■ 극적인 삶 & 전 세계적인 음악의 단결 & 우리 동네 & 대관람차 & 우리는 결국 바냐 아저씨처럼 쓸쓸할 거예요.고도를 기다리며 영원히벌판을 떠돌겠지요.자책하는 햄릿과 함께  극적인 삶     막이 내려올 때는 조용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의 해변이나  노인의 뒷모습 또는  혼자 깨어난 새벽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말의 눈을 찌르는 소년이었다.  요한의 목을 원하는 살로메였고  숲을 헤매는 빨치산이었다.  세일즈맨이 되어 핀 족명이 떨어지는 무대에서  독백을   여러분, 인생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코가 큰 시라노는 여전히 편지를 쓰고  빨간 모자를 쓴 늑대는 밤마다 문을 두드리고  맥베스는 예언에 따라 죽어가는 것   추억에 잠겨 혁명을 회고하는 자들은 이미  혁명의 적이 된 자들이지.  겨울 다음에는 가을이 오고 가을 다음에는  영구 미제 살인 사.. 2024.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