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2 ■ 박민혁 시인의 시 ■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 해피엔드 & 그 후 & 젖빛유리 너머 & 400번의 구타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수상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병법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너는 나의 편견이다.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액상의 꿈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매달고, 생시의 문턱을 넘는다. 애인의 악몽을 대신 꿔 준 날은 전화기를 꺼 둔 채 골목을 배회했다. 그럴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누군가는 건반을 두드린다. 비로소 몇 마디를 얻기 위해 침묵을 연습할 것. 총명한성기는 매번 산책을 방해한다. 도착적 슬픔이 엄습한다.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부모에게서, 향정신성 문장 몇 개를 훔쳤다. 아름다웠다.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경외한다. 우리들의 객쩍음에.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수 있다면 이유 없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병법 없이는 .. 2024. 4. 12. ■ 함기석 시인의 시 ■ 백 년 동안의 웃음 & 모자이크 시계-Composition 0 & 서울의 타잔 & 코코의 초공간 유머 랜드, 회전문 콘서트 &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놀고 있다 가 놀고 있다 발바닥에 비누칠하고 호호 비눗방울 불면서 영감탱이처럼 죽어 있다 가 죽어 있다 등에 죽창 구멍 뚫린 채 백 년 동안 백 년 동안의 웃음 포도나무 아래는 3행이다 미끈미끈 할머니께 아침저녁으로 지청구 듣는 놀고 있다 가 놀고 있다 발바닥에 비누칠하고 호호 비눗방울 불면서 영감탱이처럼 죽어 있다 가 죽어 있다 등에 죽창 구멍 뚫린 채 백 년 동안 구름에서 달걀들이 쏟아진다 와 빨간 털모자 쓰고 촐랑촐랑 눈이 내린다 와 똑같은 모습으로 백 년 만에 첫, 할머니 눈이 내린다 와! 3행에서 죽은 할머니가 자라목을 쏙 내밀고 목적어를 부르자 나팔꽃 꽃눈 흐드러진 초가집 변소에서 할아버지 주어가 엉덩이부터 나온다 엉거주춤 바지를 올리며 눈 덮인 칠흑 세상 사방팔방 두리번거리다.. 2024. 4. 12. ■ 백은선 시인의 시 ■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2편 & 검은 튤립이 만발하던 계절 & 생일 축하해-구유에게 & 가장 아름다운 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당신이 결국 갖게될 미래라고.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그네 아래는 하얀 꽃이다 폴란드 폴란드 새가 날아가는 순간 새는 무언가 놓고 가는 것만 같고 하얀 것은 깊이를 알 수 없다고 믿었다 불타는 나의 폴란드 아름다운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웃고 아이들은 손과 손을 겹쳐 흔들리지 않는 탑을 만들지 소리 없이 날개를 접는 물속에서 영원을 구할 때 너는 눈과 코와 입을 잃었고 그위로 떠내려간 입이 부른 노래가 가장 긴 이름이 되었다고하는데, 물속에서 영원을 구할 때 찌를 드리운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당신이 결국 갖게될 미래라고. 그 말은 둥근 포물선을 그리며 퍼져나.. 2024. 4. 11. ■ 변혜지 시인의 시 ■ 내가 태어나는 꿈 & 대과거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 언더독 & 무해한 놀이 가끔 서로를 깨뜨리면서 나는 내가 될 것이다. 그리고마지막으로 하나의 말을 남기게 된다.병원으로 가. 가서 나를 데려와. 내가 태어나는 꿈 가족들은 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박두한 세계를 맞닥뜨리고 내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기를. 떨리는 손으로 나를 받아 든 부모의 손길에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기를. 갓 태어난 나는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감격한 부모가 만들어내는 눈물과 포대기에 싸여 금세 잠든 어린 나의 위에 켜켜이 쌓이고 있는 수많은 소원의 형상과 수많은 축복의 선언들 나를 안고 병원을 나올 때, 나는 잠든 부모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내내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나는 품에 안아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배불리 먹고도 웃지 않는다. 기저귀.. 2024. 4. 10. 이전 1 ··· 32 33 34 35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