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인들95 ■ 진은영 시인의 시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세월호 시, 2022년 백석문학상 수상 시집 시인의 말 "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 보려고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한 유.. 2024. 4. 13. ■ 박민혁 시인의 시 ■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 해피엔드 & 그 후 & 젖빛유리 너머 & 400번의 구타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수상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병법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너는 나의 편견이다.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액상의 꿈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매달고, 생시의 문턱을 넘는다. 애인의 악몽을 대신 꿔 준 날은 전화기를 꺼 둔 채 골목을 배회했다. 그럴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누군가는 건반을 두드린다. 비로소 몇 마디를 얻기 위해 침묵을 연습할 것. 총명한성기는 매번 산책을 방해한다. 도착적 슬픔이 엄습한다.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부모에게서, 향정신성 문장 몇 개를 훔쳤다. 아름다웠다.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경외한다. 우리들의 객쩍음에.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수 있다면 이유 없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병법 없이는 .. 2024. 4. 12. ■ 함기석 시인의 시 ■ 백 년 동안의 웃음 & 모자이크 시계-Composition 0 & 서울의 타잔 & 코코의 초공간 유머 랜드, 회전문 콘서트 &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놀고 있다 가 놀고 있다 발바닥에 비누칠하고 호호 비눗방울 불면서 영감탱이처럼 죽어 있다 가 죽어 있다 등에 죽창 구멍 뚫린 채 백 년 동안 백 년 동안의 웃음 포도나무 아래는 3행이다 미끈미끈 할머니께 아침저녁으로 지청구 듣는 놀고 있다 가 놀고 있다 발바닥에 비누칠하고 호호 비눗방울 불면서 영감탱이처럼 죽어 있다 가 죽어 있다 등에 죽창 구멍 뚫린 채 백 년 동안 구름에서 달걀들이 쏟아진다 와 빨간 털모자 쓰고 촐랑촐랑 눈이 내린다 와 똑같은 모습으로 백 년 만에 첫, 할머니 눈이 내린다 와! 3행에서 죽은 할머니가 자라목을 쏙 내밀고 목적어를 부르자 나팔꽃 꽃눈 흐드러진 초가집 변소에서 할아버지 주어가 엉덩이부터 나온다 엉거주춤 바지를 올리며 눈 덮인 칠흑 세상 사방팔방 두리번거리다.. 2024. 4. 12. ■ 백은선 시인의 시 ■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2편 & 검은 튤립이 만발하던 계절 & 생일 축하해-구유에게 & 가장 아름다운 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당신이 결국 갖게될 미래라고.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그네 아래는 하얀 꽃이다 폴란드 폴란드 새가 날아가는 순간 새는 무언가 놓고 가는 것만 같고 하얀 것은 깊이를 알 수 없다고 믿었다 불타는 나의 폴란드 아름다운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웃고 아이들은 손과 손을 겹쳐 흔들리지 않는 탑을 만들지 소리 없이 날개를 접는 물속에서 영원을 구할 때 너는 눈과 코와 입을 잃었고 그위로 떠내려간 입이 부른 노래가 가장 긴 이름이 되었다고하는데, 물속에서 영원을 구할 때 찌를 드리운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당신이 결국 갖게될 미래라고. 그 말은 둥근 포물선을 그리며 퍼져나.. 2024. 4. 11. 이전 1 ··· 20 21 22 23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