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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인들95

■ 양안다 시인의 시 ■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잔디와 청보리의 세계, 탄포포 그리고 시인의 말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우리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해줘.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내가 내 문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혼절한 단어를 너무 많이 받아 적었잖아.  우리는 해롭고 틀린 방식으로 기절합니다.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 등불이 밤새도록 헤엄치고, 목구멍은 가끔 악기가 되어서, 슬픔에 잠긴 돌, 이름을 붙여줄까요? 중력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무너지는 집을 떠나야죠. 척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유연함은 우리의 전공입니다. 그래요. 새벽에 적응하지 못한 짐승이 졸도하는 시간이에요. 어두운 숲에서 눈뜨고 잠든 건 나무가 아니라   우리였습니까?   짐승이 되는.. 2024. 4. 21.
■ 김리윤 시인의 시 ■ 재세계reworlding, 이야기를 깨뜨리기, 영원에서 나가기, 글라스 하우스, 모든 사람 같은 빛 그 사람은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모든 것을 영원히 잊게 될 것이다  재세계 reworlding     지나간 일은 다 잊자  지나간 일은 다 잊는 거야   그는 이 대사의 다음 장면에서 죽었다  영화 속에서 영화는 계속될 것 같았고  그 사람은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모든 것을 영원히 잊게 될 것이다   휴대폰 불빛이 신경 쓰여서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 수없었어  극장에 꽉 들어찬 어둠은 그 작은 불빛 하나 숨겨주지못하고  주인공은 12월 밤거리의 쏟아지는 불빛 때문에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다   오래된 거리를 걸으면 가로수들은 영원히 자랄 것 같다 정원사의 손에서 떨어지는 잎사귀와 뚝뚝 분질러지는나뭇가지의 미래를, 잔디가 깎이는 동안 우수수 떨어지는 머.. 2024. 4. 20.
■ 김 현 시인의 시 ■ 혼자서 끝없이, 터치 마이 보디, 시원시원한 여자, 궁지 이모, 슬픔이 많으면 개가 되는 거야 석희가 기쁨의 뼈다귀를 멀리 던졌습니다 금희가 맨발로 뛰어갔지요 혼자서 끝없이     현이야 내 슬픔도 가져가 지난밤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금희는 속삭이었어요 저승까지 가는 마당에 슬픔도 묻어야지 금희가 짚신을 벗어서 한 손에 들었습니다 얼마나 더 가야 할까 금희가 석희에게 물었습니다 석희는 네 살배기 조카 지난밤 금희의 꿈에 따라 들어와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요 유창하게 의사를 전달하였습니다 이모, 연우가 그러는데 한민족은 아름답대 연우가 남북 겨레의 가슴에 대고 물어봤대 울창하더래 소나무 숲이 푸르더래 사돈에 팔촌도 다 상록수림 금희는 왈왈 짖었습니다 이모, 슬픔이 많으면 개가 되는 거야 석희가 기쁨의 뼈다귀를 멀리 던졌습니다 금희가 맨발로 뛰어갔지요 현이.. 2024. 4. 20.
■ 김복희 시인의 시 ■ 밤의 기계 & 거울 & 사랑 & 씌기 & 천사의 선물 & 용서는 가장 작은 돌 밤의 기계     세상 것들이 서로 두려워하지 않도록  나는 떠올린 모든 것에게 그림자를 만들어주었다   많이 알 지 못해  입력하지 않은 것들이 그림자 없이 살 줄은 몰랐다   모두를 위해   밤을 준비했다  그늘을 준비했다  작은 소리들을 달아주었다   꼭 나는 조용한 것들에게  매료된다  내 귀로는 못 듣는 소리들   너희 거기 없지   못 들으면서  있다고는 아는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정드는    신은 조금 미쳐 있지만 그래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나는 정신을 차린다  그들 가까이  멀리  걸어 빛 속으로 사라진다 신이 그들을 따라다닌다 미치지 않고서야 사람을 저렇게 따라다닐 리 없다  거울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밤에 사냥하고 낮에 자는 맹수라면 좋을 .. 2024.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