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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인들

조르주 바타유 Georges Bataille, 『아르캉젤리크 L’Archangélique』에서: 무덤& 여명 & 공허 & 행운을 구하는 기도 & 아세팔

by 시 박스 2024.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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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실의 바타유

 

 

무덤

 

1

 

  범죄적 무한/ 균열 간 무한의 단지/ 끝없는 폐허//

 

  나를 짓누르는 무기력한 무한/ 나는 무기력하다/ 우주가 범인이다//

 

  날개 달린 광기 나의 광기가/ 무한에 상처 주고/ 무한은 나에게 상처 준다//

 

  나는 혼자다/ 눈먼 자들은 이 글을/ 끝없는 터널로 읽을 것이다//

 

  나는 무한으로 추락하고/ 무한은 자신 안에서 추락한다/

  무한은 나의 죽음보다 더 암흑이다//

 

  태양은 까맣다/ 존재의 아름다움은 지하실 바닥/ 최종적 밤의 함성//

 

  빛에서 빛을 얼어붙게 하는/ 오한을 사랑하는 그것은/ 밤의 욕망이다//

 

  나는 거짓을 말하고/ 나의 횡설수설 거짓말에/ 우주는 못 박힌다//

 

  무한/ 그리고 나/ 서로의 거짓말을 고발하자//

 

  진리는 죽고/ 나는 외친다/ 진리는 죽었다고//

 

  다정함을 가장한 나의 머리/ 열에 지친 머리/ 진리는 자살한다//

 

  비非 사랑이 진리이다/ 

  모두가 사랑의 부재 속에서 거짓말한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이 없다//

 

  비사랑에 비하면/ 사랑은 비겁하고/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은 비사랑의 패러디다/ 진리는 거짓의 패러디다/ 우주는 즐거운 자살이다//

 

  비사랑 속에서/ 무한은 당황하며/ 자신 안으로 추락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평안하다/

  세상은 조용한 단조로움 속에서/ 위엄차게 돌아간다//

 

  우주는 내 안에 있다 우주가 우주 안에 있듯이

  나는 우주에서 떼어낼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나는 내 안에서 우주와 부딪친다

 

  끝없는 고요 속에서

  법칙들의 사슬에 얽매여

  우주는 불가능 속으로 웅장하게 흘러간다

 

  제자리를 맴도는 세상은/ 끔찍하다/ 욕망의 대상은 더 멀리 있다//

 

  인간의 영광은/ 워낙 위대해서/ 다른 영광을 원한다//

 

  나는 있다/ 세상이 나와 함께 있다/ 가능 밖으로 밀려//

 

  나는 웃음과/ 무한이 추락한/ 유치한 밤일 뿐이다//

 

  나는 죽은 자이다/ 눈먼 자/ 표정 없는 그림자//

 

  바다로 이어지는 하천처럼/ 내 안에서 소음과 빛이/ 끝없이 흩어진다//

 

  나는 아버지/ 하늘의/ 무덤//

 

  암흑의 과잉은/ 별의 섬광/ 무덤의 차가움은 주사위//

 

  죽음은 주사위를 가지고 놀았다/

  하늘의 바닥은/ 내 안으로 추락한 밤을 기뻐한다//

 <  >

 

 

여명

 

 

  피를 뱉어라/ 그것은 이슬/ 내가 죽을 검이다//

 

  우물가에서/ 투명한 눈물로/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라//

 

  나는 별 안에서 너를 찾는다/ 나는 죽음 안에서 너를 찾는다/

  너는 내 입안의 얼음이다/ 너는 죽은 여자 냄새가 난다//

 

  네 가슴은 관처럼 열리고/ 저세상에서 나를 비웃는다/

  네 긴 두 허벅지가 흥분한다/ 네 배는 거친 숨결처럼 벌거벗었다//

 

  너는 두려움처럼 아름답다/ 너는 죽은 여자처럼 미쳤다//

 

  불행은 형언할 수 없고/ 심장는 찌그림이다//

 

  우유 안에서 돌고 있는 것/ 죽음의 미친 웃음//

 

  별 하나가 떴다/ 너는 있다 나는 공허다/

  별 하나가 떴다/ 심장만큼 고통스러운//

 

  눈물만큼 반짝이는/

  너는 휘파람을 분다 그것은 죽음이다/

  별이 하늘 가득 뜬다/ 눈물만큼 고통스러운//

 

  네가 사랑하지 않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죽음처럼 날카롭게/

   떠오르는 별은/ 심장을 조이고 비튼다//

 

  나는 저주받았다/ 이 밤은 참 길구나/ 눈물 없는 나의 긴 밤//

 

  사랑에 인색한 밤/ 오 부서진 돌심장/ 재가 된 내 입술의 지옥//

 

  너는 눈물의 죽음/ 저주받아라/ 

  저주받은 내 심장 내 병든 눈이 너를 찾는다//

 

  너는 공허요 재

  밤을 날갯짓하는 머리 없는 새

  우주는 너의 보잘것없는 희망으로 만들어졌다

 

  우주는 네 병든 심장이요/ 희망의 묘지에서/

  죽을 듯 뛰는 내 심장이다//

 

  내 고통은 기쁨/ 재이고 불이다//

 

  증오의 이빨/ 너는 저주받았다/ 저주받은 자는 대가를 치르리니//

 

  너는 네 몫의 증오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참혹한 태양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저주받은 자는 하늘을 물어뜯을지니

 

  공포가 사랑하는 네 심장을/ 권태로 목 졸리는 네 존재를/ 너와 함께 너는 찢을 것이다//

 

  너는 태양의 친구다/ 태양은 너에게 휴식이 되지 못한다/ 네 피로는 나의 광기다//

 

  머릿속에 똥이 든 나는/ 폭발한다 하늘을 증오한다/ 내가 뭐라고 하늘에 침을 뱉는가/

  하늘은 광활해서 씁쓸하다/ 내 눈은 살찐 돼지이다/ 내 심장은 검은 잉크이다/

  내 성기는 죽은 태양이다//

 

  밑 없는 구덩이에 떨어진 별들/ 나는 눈물을 흘리고 내 혀는 녹아내린다/

  광활함이 둥글고/ 밀기울로 만든 바구니에서 구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죽음을 사랑한다 나는/ 성부聖父의 도살장으로 죽음을 초대한다//

 

  너 나의 양식 검은 죽음이여/ 나는 널 마음으로 먹는다/

  격한 공포는 나의 감미로움/ 광기는 나의 손안에 있다.//

 

  죽은 말의 이빨로/ 교수형에 처해진 자 밧줄 묶기.//

 

  물의 부드러움/ 바람의 맹렬함//

 

  별이 짓는 반짝이는 웃음 조각/ 아름다운 태양의 아침//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없다/ 내가 외치지 않는 것은 없다//

 

  눈물 죽음보다 더 멀리/ 하늘의 바닥보다 더 높이//

 

  네 젖가슴 사이에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투명한/ 여명처럼 부서질 듯한/ 바람이 심장을 부쉈다//

 

  불안의 혹독함이 깃드는/ 검은 밤은 교회이다/ 돼지 멱을 따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떠는/ 죽음처럼 부서질 듯한/ 나의 누이 단말마//

 

  너는 땅보다 차갑구나//

  

  너는 행복이 죽는 것을 깨닫고/ 행복을 알아볼 것이다//

 

  너의 잠과 너의 부재는/ 무덤까지 동행한다//

 

  너는 내 갈비뼈 밑에서 들리는/ 심장의 박동/ 멈춘 숨이다//

 

  네 무릎 위 나의 오열/ 나는 밤을 흔들 것이다//

 

  평원 위 날개 그림자/ 길 잃은 어린아이 같은 나의 심장//

 

  웃는 누이 너는 죽음이다/ 나약해진 심장 너는 죽음이다//

  나의 품에서 너는 죽음이다//

 

  우리는 마셨다 너는 죽음이다/ 바람처럼 너는 죽음이다/ 번개처럼 죽음이다//

 

  죽음이 웃는다 죽음은 기쁨이다//

 

  너만이 나의 생명/ 길 잃은 오열은/ 죽음과 나를 갈라놓는다/

  나는 눈물 너머로 너를 본다/ 그리고 내 죽음을 직감한다//

 

  내가 죽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고통/ 그리고 너에 대한 갈망이/

  나를 죽일 것이다//

 

  너의 부재/ 너의 고통에/ 난 토할 것 같다/

  내가 죽음을 사랑할 시간/ 죽음의 손을 물어뜯을 시간//

 

  사랑하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죽음을 사랑하는 것이다/

  죽어가는 원숭이들은 악취가 난다//

 

  나는 죽음을 진정 바란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나약하다/

  나는 진정 피곤하다//

 

  나는 미친것처럼 너를 진정 사랑한다/ 내 자신이 우습다/ 하늘의 별들에 걸린 까만 당나귀//

 

  관 뚜껑 밑 거인인 너/ 벌거벗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존재하지 않기 위해 간다//

 

  나는 너로 인해 죽기를 바란다/ 나는 네 병적인 변덕 속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  >

 

 

공허

 

 

 

  화염이 우리를 둘러쌌다

  발밑에서 심연이 갈라졌다

  뼈의 하얀 침묵이

  우리를 후광으로 감쌌다

 

  너는 변화한 여자이다

  내 운명은 너를 막았다

  네 심장은 딸꾹질한다

  네 손톱들은 공허를 찾았다

 

  너는 웃음처럼 말한다

  바람은 네 머리카락을 일으켜 세운다

  불안이 심장을 옥죄고

  네 조롱을 재촉한다

 

  내 머리를 괸 네 두 손은

  죽음만을 붙든다

  네 웃음 띤 입맞춤은

  내 지옥같은 가난으로 열릴 뿐이다

 

  박쥐가 매달린

  불결한 관 뚜껑 아래

  네 황홀한 나체는

  눈물 없는 거짓에 불과하다

 

  네가 오지 않는 사막에서

  내 외침이 네 이름을 부른다

  네 꿈이 이뤄질 사막에서

  내 외침이 네 이름을 부른다

 

  내 입술에 봉인된 네 입술

  내 이 사이에 갇힌 네 혀

  거대한 죽음이 너를 영접하리라

  거대한 밤이 내려앉으리라

 

  그때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네 버려진 머릿속에서

  네 부재는 벌거벗을 것이다

  아랫도리를 입지 않은 다리처럼

 

  빛이 꺼질

  재앙을 기다리면서

  나는 네 마음속에서

  차가운 죽음처럼 감미로울 것이다

  < >

  

 

행운을 구하는 기도

 

 

 

  오레스테이아*/ 하늘의 이슬/ 삶의 풍적風笛//

 

  거미들의 밤/ 무수한 강박/

  비정한 눈물의 유희/ 오 태양 내 안의 칼날//

 

  쉬어라 내 뼈를 따라

  쉬어라 너 번개여

  쉬어라 독사여

  쉬어라 내 심장이여

 

  네 암살자의 머리를 바람에 맡겨라

 

 * 오레스테이아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3부작을 일컫는다.

주인공 오레스테스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오레스테이아'는 '오레스테스 이야기'라는 의미이다.

 

 

  행운 오 창백한 신 

  번개의 웃음

  마음속 천둥 치는

  보이지 않는 태양

  귀청 찢는

  뼈의 찢긴 상처

 

  벌거벗은 행운

  흰 롱 스타킹을 신은 행운

  레이스 셔츠를 입은 행운

 

 

 

  정신없이

  묶인 뼈들

  내 심장은 차갑다

  내 혀는 무겁다

 

<  >

 

 

아세팔

 

 

  오 사물이여

  너에게는 

  내가 없구나

 

  오 사물이여

  너에게는

  너도 없으려나

 

  너는 

  차분한 상상력이

  거대하게 비어 있는 유령이냐

 

  거짓 목소리로

  유령은 선언한다

 

  목소리를 듣는 자에게

  불행 있으라

  < >

 

조르주 바타유는

금지된 것에 대한 위반, 이성과 합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다운 몸짓을 제시한 사상가이며 소설가, 시인이다. 바타유에게 금기는 인간 스스로 부과한 구속이고, 위반은 한계 속에서 금기를 들쑤시는 행위이다. 

 

그는 종족 번식을 넘어서는 인간만의 에로티즘을 통해,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과 대면했다. 그리고 욕망이나 죽음, 내적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 한계와 대면하고 경계를 확장했다.

 

바타유에게 시는 곧 원칙이나 금기를 넘어서는 의미의 위반이다. 순간의 팽창이며 쓰기, 에크리튀르의 몸짓이다. 그 몸짓은 목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마침내 결과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서의 노동과 생산에서 벗어나는 행위이며 인간적인 놀이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아프고 가혹한 불행이지만 지속적인 몸짓이고, 쓰는 행위가 없다면 행복도 없다.

 

  그의 시에서 주체는 폭발하고, 혀는 녹아내린다. 과잉과 폭발, 녹아내림으로 도구적 삶에 균열을 내고, 죽음과 에로티즘을 초대해, 자신을 끝없이 해방한다. 위반과 증오로서의 시이며 불가능을 여는 몸짓으로서의 시이다. 보편적 언어로 조화로운 세계를 재현하던 관습적인 문학을 넘어섰고, 주체의 파괴, 의미를 지우는 폭발과 분화를 통해 포스트모던의 바탕이 되었다.

< 시인 박상순>

  

 

조르주 바타유 Georges Bataille, 1897~ 1962: 프랑스 비용에서 태어나 1962년 7월 9일 파리에서 사망. 평생 사서로 일하면서 작가로 활동.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인류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예술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글을 씀. 그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는 수단이었음. 그의 작품들은 신비주의와 에로티즘, 특히 죽음에 대한 환상을 다룸. 초현실주의자들과 어울리면서 잡지 《도퀴망》을 창간했고, 몇 년 뒤 삶의 비극적이고 디오니소스적인 환희를 주요 테마로 삼은 잡지 《아세팔》을 창간했음.

그는 무신론자를 자칭했으나 신성, 신비주의, 샤머니즘, 선불교 등에 관심이 많았음. 자전적 요소의 글들에서 신성, 황홀경, 죽음에 대한 환희와 공포를 엿볼 수 있음. 지식인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받는 그의 글들은 난해함으로 인해 대중적 독자층이 얇음. 

저서로는, 『태양의 항문』 『작은 것』, '무신학 전서' 3부작인 『내적 체험』 『죄인』 『니체에 관하여』.
그리고 『저주의 몫』 『에로티즘』 『눈 이야기』 『불가능』 『하늘의 푸른빛』 『종교이론』 등이 있다